2025년 3분기(7~9월), 전통적으로 조용한 시기로 여겨지던 암호화폐 시장에 사상 유례없는 안정적인 자산 수요가 몰려 역대 가장 활발한 스테이블코인 분기 기록이 만들어졌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테더(USDT)가 있었다. 전체 발행량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선두 자리를 지킨 테더는 시장을 압도하며 3,000억 달러(약 417조 원)라는 사상 최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돌파의 주역이 됐다.
DeFiLlama의 통계에 따르면, 테더의 시가총액은 1,762억 달러(약 245조 4,180억 원)로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서클이 발행하는 USD코인(USDC)의 시총은 740억 달러(약 102조 8,600억 원),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USDe는 148억 달러(약 20조 5,720억 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뚜렷한 규모 성장은 최근 승인된 Genius Act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새로운 회계지침에서 비롯된 규제 신뢰 회복, 그리고 기관투자자와 개인 이용자의 관심 집중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점은 구글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검색량이 규제 발표 직후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투자자까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인식과 신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음을 시사한다. 미국 의회가 Genius Act를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의 관리체계를 다듬고, SEC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하는 회계지침을 마련한 점은 이 같은 흐름에 불을 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달러의 국제 금융 영향력 확대라는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글로벌 유동성 공급업체 B2BROKER의 최고사업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 존 무릴로(John Murillo)는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약 98%가 달러 연동 자산”이라며 “최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거래 감소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시 USD 기반 자산으로 회귀했다”고 분석했다.
무릴로는 또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고물가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현지 화폐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다”며 “달러 경제권이 이제 디지털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팽창에는 우려도 따른다. 무릴로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상 은행 규제를 받지 않으며, 투명한 준비금 공개나 유동성 위기 대응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플랫폼 오류나 신뢰 상실이 발생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뿐 아니라 기존 금융 생태계 전반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점차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 개입 여지가 줄어드는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무릴로는 “형식상으로는 달러가 여전히 강세지만, 기능적으로는 도전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테더 주도의 사상 최대급 스테이블코인 성장세는, 규제 수용과 시장 수요가 결합한 결과이자, 미 달러의 금융 패권이 디지털 자산 생태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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