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기다린 비트코인 고래, 691 BTC 매도 후 1,200억 원 수익 실현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 시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12년 넘게 잠들어 있던 초기 지갑이 다시 움직였다. 해당 지갑의 재활성화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웨일알러트(Whale Alert)에 따르면, 2012~2013년 사이 마지막 전송 기록이 있던 비트코인 지갑 한 곳이 지난 24시간 내 활동을 재개했다. 이 지갑은 무려 691 BTC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두 매도하며 약 82,355%에 달하는 폭발적인 수익을 실현했다.

판매 당시 이 주소의 총 자산 가치는 8,643만 7,802달러(약 1,201억 원)에 달했다. 매도 당시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약 12만 5,056달러(약 1억 7,390만 원)였으며, 해당 코인들은 여러 거래에 나눠 순차 전송됐다. 이 지갑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이메일로 공유했던 2008년 이후 초기 채굴자 혹은 장기 보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코인들은 구매 당시 총 10만 4,826달러(약 1억 4,591만 원) 수준으로 추정돼, 장장 12년 반 동안 팔지 않고 버틴 결과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이번 사토시 시대 비트코인의 이동은 지난달 31일, 비트코인 백서의 17주년을 맞은 시점과도 놀라울 정도로 맞물렸다. 백서가 처음 공개된 이메일은 "Bitcoin P2P e-cash paper"라는 제목으로 암호학 커뮤니티에 발송됐고, 이후 전례 없는 디지털 화폐 혁신이 시작됐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번 거래는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들의 인내심과 강한 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따른 거대 투자자(‘고래’)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12만 3,400달러(약 1억 7,143만 원)를 돌파한 직후, 또 다른 고래 주소가 약 1,550 BTC를 바이낸스로 이체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시가 기준 대략 2억 달러(약 2,780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로 인해 거래소 내 비트코인 재고가 부족하다는 시장의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운용사 배니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여러 거래소가 직접 우리에게 비트코인 공급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유통 가능한 BTC 수량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공급 부족 상태에 진입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12만 4,545달러(약 1억 7,317만 원)에 거래되며 24시간 기준 1.22% 상승했다. 다만 초과매수 구간을 가리키는 RSI(Relative Strength Index)는 82.47로,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적으로는 12만 5,559달러(약 1억 7,459만 원)선을 지지 기반으로 삼아 13만 5,000달러(약 1억 8,765만 원)를 목표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이 15만 달러(약 2억 850만 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 고래들의 재등장과 공급 제한이라는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가격 흐름에 더욱 큰 주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