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솔라나 ETF 확산에 탈중앙화 가치 흔들…“기관 유입이 민주성 훼손” 비판 확산

| 서지우 기자

미국 ETF 시장이 비트코인을 넘어 주요 알트코인으로 확대되면서, 월가의 제도권 편입이 탈중앙화의 근본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제안된 XRP과 솔라나(SOL)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는 이 같은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알프랙탈(Alphractal)은 이른바 ‘코인트버(Cointober)’로 불리는 10월 ETF 승인 러시를 언급하며, “이 흐름은 진정한 혁신보다 중앙화된 기업형 프로젝트만을 제도화함으로써 암호화폐의 민주적 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프랙탈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 미만이던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비중은 2025년에는 5%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약 2조 4,000억 달러(약 3,336조 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암호화폐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리플랩스는 전체 XRP 물량의 45~51%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40~45%는 에스크로, 5~6%는 재무보유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솔라나의 경우도 솔라나랩스와 재단이 미통용 토큰의 약 40%를, 초기 투자자 등 내부자들이 약 50%를 소유하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보다 분산된 형태이지만 여전히 이더리움재단을 중심으로 핵심 개발이 이뤄진다. 반면 비트코인(BTC)은 단일 주체의 통제가 없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ETF 승인 절차도 240일 이상에서 평균 75일로 단축되고 있다. 알프랙탈은 “이처럼 중앙화된 토큰 회사를 위한 ETF가 빠르게 승인되고 있는 현상은, 월가 눈높이에 맞춘 규제형 투자상품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평가했다. 실제로 파생지표와 네트워크 지수 분석 결과, 이러한 프로젝트일수록 기관 투자 선호도와 운용 안정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관측은 암호화폐 투자사 블랙스완캐피털리스트의 공동 창업자 반델 알자라(Vandell Aljarrah)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XRP ETF를 두고 “투자자들이 이를 진정한 암호화폐 투자 접근으로 오해하는 건 위험하다”라며, ETF는 단지 가격 노출만 제공할 뿐 송금, 스테이킹, 커스터디 등 실제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ETF를 ‘통제와 이윤 추구를 위한 금융기구’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결국 월가의 ETF 거래소 상장은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의미할 수 있지만, 동시에 탈중앙화 기반의 철학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다. 암호화폐 생태계가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자금을 유입시키는 동시에, 본연의 목적과 얼마나 거리를 두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