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디지털 루피 출시 공식화…CBDC로 민간 암호화폐와 결별 선언

| 서지우 기자

인도 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출시 계획을 공식화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최근 카타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준비은행(RBI)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를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인도가 국가 차원의 결제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고얄 장관은 이 디지털 화폐가 거래의 신속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복잡한 은행 절차 없이도 보다 간편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준비은행은 오는 10일 ‘예금의 토큰화(pilot on deposit tokenization)’ 시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벤두 파티 RBI 핀테크부문 총괄은 이 계획을 통해 향후 디지털 예금 시스템을 현실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번 시범 사업은 도매용 CBDC 인프라를 기반으로 진행되며, 복수의 국내 은행들과 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실제 금융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정책 도입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 RBI 측 목표다.

고얄 장관은 또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RBI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프로젝트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디지털 루피 도입이 현재 유통 중인 암호화폐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신뢰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같은 민간 암호화폐의 안정성과 규제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번 조치는 인도가 공공 주도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의 일환으로, 민간 암호자산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천명한 셈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해 개발 중인 디지털 루피는 스테이블코인이나 민간계층의 암호화폐가 아닌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도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거시 정책 차원에서 민간 암호화폐를 제한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절묘한 균형 전략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