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총 433조 원 돌파...디페깅 악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 서도윤 기자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시가총액 3,120억 달러(약 433조 원)를 돌파하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지만, 그 확산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주요 걸림돌은 디페깅(peg 탈락) 현상, 담보 구조의 불안정성, 신뢰 부족 등 구조적 리스크 때문이다.

2018년의 누비츠(NuBits)부터 2022년의 테라USD와 2023년의 USD코인(USDC), 최근 2025년 야라(Yala)의 YU 스테이블코인까지, 다양한 배경의 디페깅 사례들은 알고리즘 기반 모델과 법정화폐 연동형 설계 모두가 취약점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드러냈다. 특히 알고리즘 방식은 시장 충격에 더 크게 흔들렸다. 대표적으로 2022년 5월 테라USD(UST)의 붕괴는 약 500억 달러(약 69조 5,000억 원)의 가치를 증발시키며 업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테라USD의 붕괴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 앵커(Anchor) 프로토콜이 신뢰를 잃으면서 본격화됐다. 5월 7일, 3억 7,500만 UST가 인출되며 뱅크런 양상이 시작됐고, 이어 루나(LUNA)의 공급이 사흘 만에 1조 개를 넘어섰다. 루나 가격은 80달러(약 11만 1,200원)에서 사실상 제로에 수렴했고, 이에 따라 UST 가격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됐다. 투자자 신뢰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무너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테더(USDT)는 2018년 유동성 우려로 0.8달러(약 1,110원)까지 하락한 바 있고, 2023년에는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여진으로 USDC가 일시적으로 1달러(약 1,390원) 기반을 잃었다. USDC 담보로 구성된 다이(DAI), 프랙스(FRAX)도 함께 디페깅을 겪으며, 스테이블코인 간 담보 연쇄 의존성 문제를 드러냈다.

2025년 9월에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발행된 야라의 YU 스테이블코인이 해킹 공격으로 디페깅 사태를 맞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공격자는 폴리곤(MATIC) 네트워크에서 1억 2,000만 YU를 발행해 그 중 771만 YU를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 네트워크에서 USDC로 바꿨다. 이후 이 금액은 이더리움 1,501개(당시 기준 약 420만 달러, 약 58억 4,000만 원)로 전환돼 여러 지갑으로 분산됐다. 폴리곤에는 여전히 9,000만 YU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은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한계가 쉽게 드러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테라나 야라 사례에서처럼 풀의 깊이가 얕을수록 대규모 매도 시 시장 충격은 증폭됐다. 이로 인해 신뢰 위기가 재빠르게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이는 기존 금융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스테이블코인의 총 가치는 늘고 있지만, 그 구조적 결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대중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유동성 강화, 담보 구조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사용자 보호 장치 마련이 선결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 기관과의 조율 역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