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B 과열 랠리 속 XRP·시바이누 동반 약세…암호화폐 시장 '온도차'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 전환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자산별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BNB는 과열 국면에 진입하며 2,000달러(약 2,780만 원)를 눈앞에 두고 있는 반면, XRP는 시가총액이 약 86억 4,000만 원가량 급감했고, 시바이누(SHIB)는 연중 최저점 근접이라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투자 심리가 회복세에 있는 전체 시장 흐름과 달리, 개별 프로젝트들은 저마다 다른 리스크와 기회를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다.

BNB는 최근 몇 주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가격은 약 1,310달러(약 182만 원), 여러 차례 기술적 저항선을 돌파하며 급등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바이낸스 생태계 전반의 거래 수요 증가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의 무더기 진입이 주요 배경을 이루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20일 지수이동평균(EMA)을 꾸준히 지지선으로 삼으며 강력한 상승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거래량이 폭등하고 윗꼬리가 긴 캔들이 자주 출현하면서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고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BNB의 RSI(상대강도지수)는 78로 과매수 구간에 도달해 있다. 단기 저항선은 1,400달러(약 195만 원)에서 형성돼 있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달러(약 209만 원)를 뚫는다면 시장은 2,000달러 돌파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상승 피로감이 커질 경우 가격은 1,080달러(약 150만 원) 혹은 960달러(약 133만 원) 구간까지 조정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BNB는 명확히 과열구간에 있으나, 조정 없이 추가 상승이 가능할지는 곧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XRP는 9월에 얻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채 다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시가총액이 약 6억 달러(약 8,340억 원)나 증발하며 투자자 신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달 초 잠깐 하락 추세선을 돌파하려다 이내 저항을 받으며 100일 EMA 부근인 2.85달러(약 3,962원)까지 밀린 상황이다. 이 지점은 기술적으로도 매수세가 최종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구간이지만, 하방이 뚫릴 경우 2.63달러(약 3,657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량과 RSI 모두 하락세를 반영하고 있다. 매도 거래는 급증한 반면 반등 시도는 유입이 제한돼 있어, 구조적으로 매수세의 의지가 약화된 상황이다. 기술적 구조상, 만약 100일 EMA를 지키지 못한다면 장기 하락세로의 전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XRP 투자자들에겐 지금이 분수령이다. 빠르게 매수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는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심각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주목 대상인 시바이누(SHIB)는 올해 바닥권 접근이라는 불쾌한 시나리오를 앞두고 있다. 현재 가격은 0.0000121달러(약 0.0168원) 선으로, 핵심 지지 라인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하락 속도와 구조적 취약성은 이 지지선이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에 반복해서 막히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명백히 약세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량 측면에서도 강한 매도세가 유지되는 반면, 반등을 위한 매수 유입은 극히 미미하다. RSI는 45 수준으로 한참 하락했지만 과매도 구간에는 이르지 않아 추가 하락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SHIB 가격은 0.0000115달러(약 0.016원) 혹은 0.0000105달러(약 0.0146원) 수준까지 후퇴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상승분이 완전 소멸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BNB의 과열 랠리, XRP의 신뢰 상실, SHIB의 구조적 약세라는 삼중 전선에서 각기 다른 싸움을 치르고 있다. 기술적 지표, 심리적 저항선, 거래량 흐름 등 모든 것이 민감한 균형에 놓인 만큼, 다음 움직임은 단기 방향성 뿐 아니라 중장기 방향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