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버 668억 원 합의 귀환…XRP 롱 청산률 3,192%, 비트코인 고래 공매도에 시장 요동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격동의 아침을 맞이했다. ‘비트코인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Roger Ver)의 미 법무부와의 합의 소식과 함께, XRP 파생시장에서는 3,192%라는 기록적인 청산 불균형이 발생하며 롱 포지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비트코인(BTC) 고래가 약 8,340억 원(6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며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수년 간 떠났던 로저 버는 미 당국에 약 668억 원(4,800만 달러)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사면이 허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캐시(BCH)를 옹호하며 비트코인의 철학적 후계자를 자처했지만, 그가 처한 법적 문제는 긴 시간 그를 시장 무대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번 합의는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현명한 절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가 본래 주장하던 반체제적 태도의 퇴색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편,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XRP 투자자들이 큰 희생을 치렀다. 단 4시간 만에 롱 포지션 기반 청산 규모가 약 2억 5,660만 원(18만 2,230달러)에 달하며, 숏포지션 청산 규모인 약 790만 원(5,700달러)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전체 청산의 대다수를 롱 포지션이 차지한 이번 사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XRP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포지션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졌을 때, 기술적 반전만으로도 대규모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동성을 부추긴 또 다른 변수는 BTC 고래의 대규모 공매도 전략이다. 해당 주소는 과거 50억 달러 규모의 BTC를 이더리움(ETH)으로 스왑했던 이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ETH에 대해 약 4,620억 원(3억 3,200만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12배 레버리지를 적용해 취한 데 이어, BTC 공매도 규모를 최대 약 8,440억 원(6억 700만 달러)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지션은 평균 진입가가 120,761달러이며, 청산선은 133,760달러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번 포지션에 대해 단순한 투기인지, 구조적인 헷지 전략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12만 1,00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으며, 12만 6,000달러 돌파 여부가 숏포지션 청산 랠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이더리움은 ETF 자금 유출과 맞물려 하방 압력에 더 노출되어 있으며, 2,940달러 지지선을 방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XRP는 차트 상으로 3.10달러 회복이 확실한 반등 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장의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로저 버의 귀환부터 XRP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BTC 공매도 고래의 등장까지 이날 아침은 암호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투자자 신경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출렁이고 있으며, 지켜보는 투자자들에게는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