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루 만에 17% 폭락…암호화폐 시총 1,250조 원 증발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1,250조 원 넘게 증발하는 충격적인 폭락세를 연출했다. 주말 사이 비트코인(BTC)은 급락해 3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대규모 청산으로 인해 투자자 160만 명 이상이 손실을 입었다.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약 9000억 달러(약 1,251조 원)나 줄었다.

이번 하락장은 지난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오전 사이 급격히 진행됐다. 비트코인은 일요일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 월요일 12만 6,000달러(약 1억 7,514만 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하락했으나, 금요일까지도 12만 2,000달러(약 1억 6,958만 원)를 유지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발언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일부 사안에서 기만적 행위를 했다며 기존 관세 체계를 재언급했고, 이후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정치적 발언은 이미 과도하게 레버리지에 노출된 암호화폐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으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몇 시간 만에 12만 2,000달러에서 10만 1,000달러(약 1억 4,039만 원)까지 급락했고, 일부 거래소에서는 10만 5,000달러(약 1억 4,595만 원) 선에서 다소 회복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저가다.

이날 하루 청산 규모는 19억 달러(약 2조 6,410억 원)를 넘어 사상 최대였다. 무려 160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당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현재 비트코인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며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 부근을 오가고 있으나, 여전히 하루 전보다 8% 하락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2조 2,350억 달러(약 3,110조 원)로 감소했고, 시장 내 점유율(도미넌스)은 58% 수준이다.

비트코인의 급락 여파는 알트코인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에이다(ADA)는 최고점 대비 65% 폭락해 1년 만에 최저가인 0.30달러(약 417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더리움(ETH)은 11%, XRP는 12%, 솔라나(SOL)는 16% 하락했고, 도지코인(DOGE)의 낙폭은 22%에 달했다. 체인링크(LINK)와 수이(SUI)는 각각 19%, 21% 급락했고, 이 외에도 스텔라(XLM), 지캐시(ZEC)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알트코인이 급격한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단, ZEC만은 예외적으로 12% 상승하며 255달러(약 35만 4,450원)를 기록했다.

급락 당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약 3조 3,000억 달러(약 4,587조 원)까지 떨어졌다가 일부 회복돼 현재는 3조 8,000억 달러(약 5,282조 원)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제 대비 약 4,000억 달러(약 556조 원)가 증발한 상태다.

이번 사태는 과도한 레버리지, 정치 리스크, 매크로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투자자들에게는 단순히 가격 하락을 넘어, 포지션 조절과 손실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