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해커 매도 vs 고래 매수…1조 원대 자금 이동 속 극단적 혼조세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이 다시 한 번 격변의 한가운데에 섰다. 최근 하루 사이 급락으로 인해 ETH는 3,500달러(약 4,865만 원)까지 하락한 뒤, 현재는 소폭 반등해 3,850달러(약 5,357만 원)선을 회복했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해커의 매도, 고래의 매수 등 시장 참여자의 엇갈린 반응이 맞물리며 혼돈의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불법 자금으로 ETH를 축적한 해커 주소 2곳이 약 2,000만 달러(약 278억 원) 규모의 이더리움을 시장에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약 370만 달러(약 51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래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매수 기회로 삼았다. 룩온체인이 포착한 정보에 따르면, 비마인(Bitmine)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이 팔콘X(FalconX)와 크라켄(Kraken) 등 주요 거래소에서 총 3만 3,323ETH, 약 1억 2,640만 달러(약 1,758억 원)를 출금했다. 이와 동시에, OTC 거래를 통해 한 고래가 1만 4,165ETH, 약 5,550만 달러(약 772억 원)를 매입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런 행보는 대형 투자자들이 장기 관점에서 ETH에 대한 지속적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모든 기관이 이 같은 확신에 찬 움직임을 보인 것은 아니다. 톰 리(Tom Lee)가 이끄는 비마인 이머전(Bitmine Immersion)은 이번 하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에 가까운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대형 투자기관이라 할지라도 가격 급락 시 수익구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 애널리스트는 흥미로운 온체인 동향을 포착했다. 그는 지난 48시간 동안 무려 23만 ETH, 현재 시세 기준 약 8억 8,550만 달러(약 1조 2,315억 원)가 중앙화 거래소에서 인출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ETH를 장기 보유하기 위해 콜드월렛으로 이동시켰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단기 매도 압력을 줄이는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2017년 플래시 크래시나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복잡한 심리전과 구조적 변화가 얽힌 사건이라는 평가다. 트위터 인플루언서 카레오(@CryptoKaleo)는 “시장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이 정도 급락은 COVID-19 당시에도 보기 어려웠다”면서 이례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ETH의 향후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일부 대형 투자자들의 태도와 장외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이 하락장이 단순한 공포 매도 이상의 시사점을 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누가 뒤에 남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