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30분 만에 시총 절반 증발…바이낸스 가격 이탈에 '조작설' 확산

| 손정환 기자

극심한 시장 변동 속에서 주요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XRP는 단 30분 만에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증발하며 그 충격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각각 13~15% 수준의 하락에 그친 반면, XRP는 일시적으로 70% 가까운 급락을 기록하며 업계 안팎의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ET 기준), XRP는 바이낸스를 포함한 일부 거래소에서 0.80달러(약 1,112원) 수준까지 급락하며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작된 상승세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수준이었다. 특히 바이낸스에서는 XRP가 다른 주요 거래소 대비 유난히 낮은 가격에 거래돼, 커뮤니티 내에서는 거래소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대부분 거래소에서 XRP는 1.20달러(약 1,668원) 이상을 유지했지만, 바이낸스에서는 그보다 30% 넘게 싼 값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번 사태로 XRP의 시가총액은 30분 만에 1,610억 달러(약 223조 2,900억 원)에서 800억 달러(약 110조 9,000억 원)로 증발했으며, 이는 기록적인 청산 사태였다고 분석된다. 암호화폐 분석 매체 Kobeissi Letter는 “이같은 속도의 시가총액 변동은 유례없는 사태”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분석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 트레이더인 EGRAG CRYPTO는 “이번 급락은 XRP의 롱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인위적인 설계”라 주장하며, 특히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전 CEO를 암시적으로 지목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13%, 이더리움은 14~15% 하락했으나, XRP는 2.65달러(약 3,684원)에서 0.80달러(약 1,112원)로 70% 폭락했다"며, 이는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XRP는 현재 2.40달러(약 3,336원) 선까지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암호화폐 전문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단기 반등에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분석 차트를 통해 "XRP 가격이 상승 추세선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하락 시그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XRP 하락 사태는 단순한 시장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격 급변이 특정 거래소에서 두드러졌다는 점, 그리고 시가총액 급감이 유례없는 속도였다는 사실은 향후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암호화폐 시장이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거래 투명성과 시장 공정성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