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현물 ETF, 기술은 준비 완료…美 정치 셧다운이 ‘최종 변수’

| 서지우 기자

리플(XRP)의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출시가 다시 지연되고 있다. 기술적 장벽은 대부분 해소됐지만,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문제보다 정치 변수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간 그레이스케일, 21셰어스, 비트와이즈, 카나리캐피탈, 코인셰어스, 위즈덤트리 등 여섯 곳의 현물 ETF 신청서를 심사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XRP ETF 승인 여부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ETF 승인에 필수적인 기술적 기준은 이미 충족된 상황이다. 지난 9월 17일 SEC는 실물 기반 신탁 상품에 관한 상장 기준을 새롭게 정비했으며, 이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ETF 승인에 활용된 프레임워크와 동일하다. 이 같은 규정 변화에 따라 XRP 역시 ETF 인프라 측면에서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디지털 자산 정책에서 XRP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대표는 올해 초 미국 행정부 관료들과 회동하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Paul Atkins SEC 위원장 역시 미국이 디지털 자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제도와 정무 환경은 XRP ETF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흐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애물은 정치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SEC는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ETF 승인 등에 충분한 심사 인력을 배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XRP가 ETF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도 결국 정치 일정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TF 전문 분석가 네이트 제라치(Nate Geraci)는 “정부 셧다운이 해제되면 암호화폐 현물 ETF에 대한 물꼬가 터질 것”이라며 “예산 논쟁과 정치적 쇼맨십이 제도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암호화폐가 겨냥하고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일단 신청된 6개 ETF 가운데 단 하나만이라도 승인을 받는다면, 미국 최초의 XRP 현물 ETF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수조 원에 달하는 기관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ETF가 빠르게 가격을 끌어올렸던 전례를 생각하면, XRP 역시 승인이 떨어지는 순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 어떤 변동도 워싱턴의 결정 없이는 시작되지 않는다. XRP의 ETF 미래는 더 이상 기술이나 시장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남은 건, 단 하나의 조건, 정치적 해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