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긴장에 이더리움($ETH) 대폭락…24시간 내 26조 원 청산

| 손정환 기자

지난 금요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돌연 격화되면서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청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이더리움(ETH)은 주요 기술 지지선을 무너뜨리며 급락했고, 파생상품 시장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더리움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450억 달러(약 62조 5,500억 원)에서 180억 달러(약 25조 원) 수준까지 감소하며 약 45%나 축소됐다.

크립토퀀트의 분석가 _OnChain은 이더리움 가격 흐름을 30분 단위로 열 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초반 세 구간에서는 매수세가 우세했으며, 평균가 지표인 EMA 96, SMA 240, 그리고 거래량 가중 평균가(AVWAP) 위에서 가격이 유지됐다. 그러나 4~5구간부터 초기 약세 신호가 포착됐다. 주요 지표를 하회하며 가격이 마감한 것은 물론,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수준들이 저항선으로 전환되며 시장 주도권이 매도 세력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급격한 하락은 6구간부터 본격화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 긴장이 고조됐고, 이를 기점으로 이더리움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어지는 7~8구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중국에 새로운 고율 관세를 경고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지난 9월 25일 형성된 저점 기반 AVWAP까지 붕괴하며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단 24시간 만에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며 160만 명 이상의 트레이더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전쟁 분위기는 곧 완화됐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규제가 전면 수출 금지가 아닌 제한적 조치였음을 잘못 해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양측의 긴장감도 한풀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다소 누그러진 메시지를 공유했으며, 제이디 밴스 부통령 또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시장 안정에 일조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이더리움은 다시 기술 지표를 상회하며 반등했고, EMA 96과 SMA 240을 회복함으로써 매수세의 귀환을 입증했다.

이후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앞서 언급된 미결제약정 감소는 투기적 레버리지의 강제 청산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시장 건전성 강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급락 국면에서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뚜렷해졌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인덱스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비트코인(BTC)과 함께 기관들이 가격 하락을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 가격은 한때 4,100달러(약 570만 원) 선까지 재차 상승하며 반등 기반을 확보했다.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동시에 급격한 가격하락과 대규모 청산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도 증명됐다.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혼란은 일종의 구조적 '리셋'으로 기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