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 27조 원 증발…비트코인($BTC) 폭락에도 전문가 '펀더멘털은 건재'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이를 단순한 일시적 변수로 봐야 한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허간(Bitwise 최고투자책임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 압박 발언과 그 여파로 인한 암호화폐 폭락 사태를 지켜본 뒤, 시장의 근본 체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하락은 트럼프가 중국의 희토류 금속 수출 제한에 대응해 모든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촉발됐다. 해외 증시가 휴장 중이던 시점에 시장은 실시간 반응 채널로 암호화폐를 선택했고,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최대 15% 하락했다. 솔라나(SOL)를 필두로 한 알트코인들은 40% 넘게 급락한 종목들도 등장했다. 이때 청산된 레버리지 포지션만 약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에 달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집단 청산 사태로 기록됐다.

그러나 허간은 "암호화폐의 기술, 보안, 규제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위기를 견디는 구조적 강도를 판단하기 위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는데, ▲대형 기관의 부실 여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정상 작동 여부, ▲투자자 패닉의 체계적 확산 여부다. 그는 이 세 지표 모두에서 위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디파이 플랫폼인 유니스왑(Uniswap), 아베(Aave),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등은 단 한 번의 장애 없이 정상 작동했고, 중앙화 거래소 역시 일부 혼선은 있었지만 큰 혼란 없이 거래를 유지했다. 바이낸스는 특정 상황에서 일부 트레이더에게 환불 조치까지 단행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침착하게 전체 상황을 관조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과거의 미성숙했던 시절에 비해 구조적으로 크게 성숙했음을 방증한다. 서학개미 중심의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지만, 장기 보유자들과 기관 투자는 오히려 모멘텀을 지켰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21% 이상 상승했고, 비트와이즈 대형 암호화폐 지수도 22% 상승해 추세 자체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간은 "일시적인 유동성 물러남은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이라며 "조만간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며, 숨어 있는 펀더멘털에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MVRV 비율은 현재 약 2.0 수준으로, 이는 통상적인 중간 상승 구간으로 분류된다. 이전 과열기에는 4.0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이 수치는 여전히 장기 보유자들이 적극 매도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더불어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과 채굴자들의 매도세 둔화도 공급 측 압력을 줄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단기 충격 이후 안정을 향하고 있으며, 상승장의 중심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따라서 이번 하락은 구조적 결함이 아닌 일시적 이벤트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