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 미결제약정 1위…규제시장 시대 본격화

| 서지우 기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등 주요 4대 암호화폐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에서 바이낸스와 바이비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변화는 규제되지 않은 파생상품 시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데이터 플랫폼 코잉래스(CoinGlass)에 따르면 CME의 선물 시장 미결제약정은 283억 달러(약 39조 3,370억 원)로, 바이낸스의 230억 달러(약 31조 9,700억 원)와 바이비트의 122억 달러(약 16조 9,580억 원)를 앞질렀다. 기관 투자자 참여가 활발한 규제시장 중심의 CME가 오랜 기간 일반 투자자에 의해 점유율을 유지해온 비규제 거래소를 추월한 셈이다.

이번 주 금요일 발생한 암호화폐 시장 폭락은 이러한 변화에 기폭제가 됐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전체 파생상품 시장에서 74억 달러(약 10조 2,860억 원)에 달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시세는 손실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지만, 미결제약정 규모는 이미 큰 폭으로 줄어든 뒤였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전반적인 시장 안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투자자 신뢰 측면에서 제도권 거래소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미국 규제 당국은 지난 수개월간 비규제 거래소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서며 파생상품 투명성 강화를 지속 추진해왔다.

다만 거래량 측면에서는 여전히 바이낸스 등 비규제 거래소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알트코인 및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에서는 CME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CME의 선물 미결제약정이 사상 최초로 시장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며 기존 판도에 균열을 낸 만큼, 향후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인 흐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기관들의 파생상품 시장 진출 확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호화폐 규제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CME 등 제도권 거래소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