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이 국제 정세 불안과 금융시장의 긴장 속에서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 내 지역은행 부실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면서, 가상화폐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10분 기준 10만6천421달러로 하루 전보다 1.40% 하락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한때 10만3천500달러대로 떨어지며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더리움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3천600달러대로 하락해, 8월 고점 대비 약 25%가량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가상화폐 시장 전반의 시가총액 위축으로 이어졌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 전체 시장 규모는 약 6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850조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10일에는 사상 초유의 청산 사태가 발생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파생상품 포지션이 대거 정리됐고,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기술적 오류로 매도세에 불이 붙으면서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시장 불안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무역 전쟁의 재점화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 자산 회피 움직임을 자극했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역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금융 시스템 내부 불안에 대한 경고음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14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가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의 부실을 언급하며 금융시장 위험 신호를 경고한 이후, 실제로 지역은행들의 대출 손실 사례가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미국 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ETF에서는 하루 만에 5억9천300만달러, 약 8천400억원이 빠져나갔다.
파생상품 시장도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풋-콜 비율이 24시간 만에 1.33까지 올라갔다. 이는 풋옵션(가격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향후 가격 하락에 대한 방어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BRN의 티모시 미시르 연구 책임자는 “단기 하락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대립 구도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미국 금융 시스템의 부실 가능성도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위험 자산 중 하나로 분류되는 만큼, 글로벌 리스크 온·오프 흐름에 따라 급격한 가격 변동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