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징둥닷컴, 스테이블코인 발행 전면 중단… 중국 정부 '디지털 화폐 주도권' 재확인

| 연합뉴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홍콩에서 추진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민간 부문의 디지털 자산 발행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선을 그은 조치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월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전면 보류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당초 홍콩 금융당국의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가상자산 기반의 금융 상품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로부터 ‘추진 보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시킨 디지털 자산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응수단이자 주요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미국 달러에 가치를 고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기반 자산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한 권한을 국가에 집중시키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인민은행 관계자들은 민간 기업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화폐 유통에 관여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일부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화폐 발행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를 둘러싼 정책적 갈등으로 볼 수 있으며, 중국은 통화 주권을 민간으로 분산시키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한편,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8월부터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에 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중국 본토와 달리 비교적 개방적인 환경에서 디지털 금융을 실험해보려는 시도로 주목받아 왔다. 이에 따라 주광야오 전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홍콩을 활용한 위안화 연계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반면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지나친 투기를 유발하거나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필요성과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결정은 중국이 암호자산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정부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2021년부터 가상화폐 거래 및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서 왔다. 이번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의 중단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본토와 홍콩 간 금융 실험의 경계를 더욱 뚜렷이 만들면서, 당분간 중국 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민간 부문의 주도권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중앙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통화와 관련한 주도권을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