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또 한 번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주요 자산조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알트코인 전반에 걸친 유동성 위축과 투자 심리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단순한 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익명의 암호화폐 분석가 'Route 2 FI'는 SNS 플랫폼 X를 통해 현 시장의 위험 신호를 경고했다. 그가 지목한 핵심은 세 가지다. 과도하게 포화된 코인 공급,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토크노믹스, 그리고 초기 과대 평가된 프로젝트들의 과잉 상장이 유동성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위 50개 알트코인의 시세는 2022년 FTX 사태 직후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심리적 탈진을 겪고 있다. Route 2 FI는 특히 10월 초 강도 높은 매도세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의 활동적 트레이더가 보유 자산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암호화폐 트레이더 절반이 자산을 전부 잃었고, 이들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평가는 시장 신뢰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시기 비트코인은 12만 2,000달러(약 1억 6,958만 원)에서 10만 1,000달러(약 1억 4,039만 원)까지 급락했고, 이후 11만 6,000달러(약 1억 6,124만 원) 수준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 역시 가격 급등락의 또 다른 촉매로 작용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더리움 또한 한때 3,700달러(약 513만 원) 선 아래로 밀렸다가 현재는 4,000달러(약 556만 원)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최고가 대비 18% 하락한 상태다.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에이다(ADA),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수이(SUI), 바이낸스코인(BNB) 등이 최근 1주일 동안 7~17% 사이의 낙폭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시장 약세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Route 2 FI는 현재 시장에서 CEX 상장 이벤트가 더 이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벤처 투자를 받은 토큰들이 락업 해제 후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점을 새로운 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쓸모없는 기술, PMF를 찾지 못한 프로젝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토크노믹스, 그리고 과잉 공급 문제가 알트코인을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완전 희석 평가 기준(FDV)으로 출시되는 신규 토큰들이 시장의 기존 자금들을 분산시키면서, 기존 프로젝트들조차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해답은 있다. Route 2 FI는 “생존하려면 특화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트레이딩, 콘텐츠 제작, 혹은 커뮤니티 활동 등 자신만의 고유한 장점을 개발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활용을 통해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도 멘토, 파트너, 구직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장 상황은 단순한 가격 조정보다 더 깊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보다 냉철한 시각과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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