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급락 배경은? 10월 고래 매도 쏟아지고 개미도 손절 행렬

| 손정환 기자

리플(XRP) 가격이 10월 들어 약세 흐름을 보이며 한때 1.90달러(약 2,640원) 아래로 하락한 뒤 반등에 성공했지만, 2.40달러(약 3,336원) 선에서 다시 주춤하고 있다. 일시적인 상승세에 그친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매도세를 주도한 고래들의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대규모 전송 기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가 공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리플 고래들이 바이낸스로 대거 XRP를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월 11일에는 전송 건수가 4만3,000건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고, 이는 뚜렷한 매도 계획 수립 또는 일부 포지션 정리에 따른 리스크 회피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고래 유입은 리플 가격이 한때 3달러(약 4,170원)를 상회한 뒤 2.30달러(약 3,197원) 수준까지 급락한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이 같은 패턴은 시장 내 고래들이 높은 가격대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고래 활동 증가가 리플에 대한 매도 압력을 촉진시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하지만 고래들만이 문제의 진원이 아니었다. 중소 규모 투자자들도 10월 내내 지속적으로 XRP를 바이낸스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소액 거래인 1,000 XRP 규모의 전송이 급증했으며, 10만 개, 100만 개 단위의 대형 보유자들의 움직임도 비주기적으로 포착됐다.

이러한 거래 흐름은 단기 시세 하락이 다수 참여자들의 분산 매도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부 대형 보유자가 장중 부분 청산에 나섰고, 일반 투자자들도 손절성 매도 또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월 이후 최고 수준의 유입 규모가 이번 하락장에서 재차 나타난 점은 단순한 조정 이상의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산티먼트(Santiment)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XRP는 소액 투자자들의 패닉이 확산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며 자산을 매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불안, 공포, 불확실성(FUD) 역시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는 이처럼 과도한 비관 심리가 바닥 신호로 작용한 경우가 잦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매도세가 소진된 시점을 지나 경기 반등의 전조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온다.

결국 리플의 10월 '피의 장'은 다층적인 매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래의 계획적인 청산, 개미 투자자들의 투매, 그리고 이어지는 대중 심리의 악화가 맞물리며 가격 약세장을 만들었다. 향후 시장 반등 여부는 이러한 매도세가 얼마나 빠르게 진정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