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덫의 미로…불·베어 트랩 피하는 전략이 생존 핵심

| 민태윤 기자

암호화폐 시장은 본질적으로 덫이 많은(market full of traps) 구조로 설계돼 있다. 24시간 내내 거래가 끊기지 않으며, 거래량 대부분이 고레버리지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소규모 주문 불균형만으로도 급격하고 짧은 가격 변동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이는 종종 불 트랩(bull trap) 혹은 베어 트랩(bear trap)으로 이어진다.

불 트랩은 가격이 주요 저항선을 상향 돌파하는 듯 보이다가 급락하면서 매수 포지션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상황이다. 반대로 베어 트랩은 지지선을 깬 듯한 움직임 이후 빠르게 원상회복하며 숏 포지션을 노린 투자자들을 낭패에 빠뜨린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강제 청산과 포지션 과잉으로 인해 촉발되며, 시장이 과매수되거나 과매도됐을 때 나타나는 되돌림(mean reversion)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내는 주말 혹은 야간 거래 시간에는 이런 ‘가짜 돌파’가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암호화폐 시장 메이커들이 스프레드를 넓혀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을 때, 단 하나의 뉴스 헤드라인만으로도 주요 지지·저항선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이 연출된다. 실제로는 유효한 추세 전환이 아닌, 유동성 부족이 만든 착시일 수 있다.

이처럼 트랩 신호를 먼저 포착하고 진짜 흐름을 확인한 뒤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수들은 희망이 아닌 확인에 따라 움직이는 전략을 택한다. 고배율 레버리지에 의존한 투자자들이 몰린 상황에서 펀딩비(funding rate)가 극단적으로 양(+) 혹은 음(-)으로 치우치고,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주요 가격대 부근에서 급증하면 매수·매도 세력 모두가 덫에 걸릴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요소는 청산 흐름의 강도이다. 대규모 강제 청산이 이어지는 동안 가격은 일시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과하게 움직이지만, 청산이 일단락되면 반대 방향으로 급반등(snap-back)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청산은 피로감의 신호이며, 시장 방향성이 바뀌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참고로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하루에만도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강제 청산이 발생하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시장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높은 시간대에서의 가격 마감(confirmation)과 명확한 재확인(retest) 없이는 포지션 크기를 키우지 않는 절제력이 필요하다. 얇은 오더북, 거래소 상장 뉴스, 바이오스 뉴스가 만들어낸 빠른 시세 변동은 대부분 함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철저히 ‘매매가 아닌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방향을 읽는 것만큼이나 덫을 피하는 안목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