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양자컴퓨터 위협 현실화…미국·중국 '기술 패권' 가속

| 서도윤 기자

비트코인(BTC)에 대한 양자 컴퓨팅의 위협이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오랜 기간 과장된 불안감 정도로 치부돼 온 이슈였지만, 최근 들어 관련 기술의 발전과 각국 정부의 행보가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비트와이즈(Bitwise) 소속의 투자전문가 제프 박(Jeff Park)은 최근 개인 SNS를 통해, “양자 컴퓨팅은 비트코인에 있어 기후 변화와 같은 존재”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비유했다. 그는 “이 기술의 위협을 부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과학자들은 실질적인 대안 없이 위험을 인지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자 컴퓨팅은 비트코인의 근간인 ECDSA(타원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보안성 문제는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와 맞물려, 미국 정부 역시 양자 기술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양자 컴퓨팅 기업들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언급된 기업으로는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디웨이브 퀀텀(D-Wave Quantum), 아이온큐(IonQ) 등이 있으며, 이는 기존의 보조금 형태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이미 양자 기술에 연간 150억 달러(약 20조 8,500억 원)를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 초 비트코인 개발자 아구스틴 크루즈(Agustin Cruz)는 양자 보안에 대비한 하드포크 제안을 내놓았다. 해당 제안은 기존 ECDSA 서명을 양자 저항성이 높은 딜리시움(Dilithium) 기반 서명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기술적으로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업계는 양자 컴퓨팅을 장기적인 과제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의 기술 투자가 본격화되고, 우려의 목소리가 과학적 기반을 가지기 시작한 지금, 비트코인의 생존 전략은 다시 짜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안 기술 혁신과 글로벌 협력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의 암호 알고리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