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매수세 '실종'…기관 투자금, ETH 중심 재편

| 손정환 기자

전문 투자자들의 비트코인(BTC) 매수세가 지난 10월 조정 이후 사실상 ‘실종’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떠받치던 기업 중심의 대규모 매입 흐름이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인베이스는 현재 이더리움(ETH) 중심의 제한적 수요만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인베이스의 기관 리서치 책임자인 데이비드 두옹(David Duong)은 최근 보고서에서, 10월 10일 발생한 가격 급락 이후 비트코인을 담는 디지털 자산 기업(DAT)의 매수 활동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간헐적인 회복 국면에서도 이들 주요 투자자들은 시장에 재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주간 비트코인에 대한 DAT의 누적 매수량은 연초 대비 최저 수준에 가까워졌다.

두옹은 이더리움 관련 DAT만이 유일하게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비트마인(Bitmine, BMNR)이라는 단일 기관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참여자는 소규모 펀드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BMNR가 매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경우, ETH에 대한 기관 투자가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티지(Strategy)를 이끄는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경우에도 한때 주간 1만 BTC 이상을 매입하던 공격적 행보가 최근 급격히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체인 애널리스트 마르툰(Maartunn)은 스트레티지가 여전히 비트코인을 매수하고는 있으나 규모는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스트레티지는 이번 주 390 BTC를 추가 매수하며 약 4,340만 달러(약 603억 원)을 지출했지만, 이전의 수천억 원 규모 매입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축소된 모습이다.

반면 공격적 확장 전략을 선택한 기업도 있다. 헬스테크 기업 프리네틱스 글로벌(Prenetics Global)은 최근 진행한 4,800만 달러(약 667억 원) 규모의 주식 공모를 초과 모집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자금은 비트코인 매입과 IM8 브랜드 확장을 위한 자본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크라켄, 이그소더스, GPTX 등 암호화폐 투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테니스 스타 아리나 사발렌카, 홍콩 부호 에이드리언 청 등이 기존 투자 지분을 증대시킨 점도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공동 창업한 상장사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Corp.)은 1,414 BTC를 추가로 확보, 보유량을 총 3,865 BTC로 확대했다. 이 회사가 이번에 들인 자금은 약 1억 6,000만 달러(약 2,224억 원), 전체 보유 자산 가치는 4억 5,000만 달러(약 6,255억 원)에 달한다. 비트코인트레저리즈에 따르면, 이 같은 보유 수준은 전 세계 상장사 중 26위에 해당하며, 제미니 스페이스스테이션보다 아래, 오란예BTC보다 위에 위치한다.

이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 수요가 이더리움 대비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단기적으로 방어적 포지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지금의 지지선이 얼마나 유효하게 작동할지는, 향후 주요 기업들의 매수 재개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