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무역 결제 수단으로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무역과 금융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1월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인 은행 기반 무역 결제 구조보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뛰어나, 국제 무역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화폐로, 가치 변동성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기존 무역 결제가 복잡한 절차와 높은 국제 송금 수수료 등 여러 비효율을 안고 있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결제 수수료를 현재 평균 6%에서 1% 내외로 낮출 수 있고, 결제 시간도 수일에서 수분 단위로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회수 지연 문제가 완화되고, 운전자금 확보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중개 은행 없이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으로,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과의 교역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과거 신용장 기반의 무역 결제가 전신환 송금 방식으로 전환되었던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 방식도 무역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 향후 결제 과정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은행의 역할도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는 지급보증자의 역할이 중시됐다면,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 및 규제 준수 자문 기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국제 금융질서의 구조적 개편과도 맞물릴 수 있다.
다만 국내 법제는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이나 대외무역법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법적 유효성이나 외환 관련 신고 요건 등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결제 환경에 대응 가능한 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보급된 뒤, 제도적 신뢰가 확보되면 글로벌 표준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과 실증 기반을 마련해 민간 기업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를 병행해야 시의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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