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벤처투자 침체 지속…AI로 쏠린 자금, 비트코인 인프라만 '선별 유입'

| 민태윤 기자

암호화폐 벤처 투자 시장이 2024년 4분기에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대비 대형 투자 유치 건이 크게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코모도 플랫폼(Komodo Platform)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카든 슈타델만은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산업은 여러 방면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이 투자 수요를 상당히 흡수하면서 암호화폐는 벤처캐피털(VC)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VC 자금의 상당 부분이 AI 분야로 이동했고, 이에 따라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금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벤처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부 자금은 유망한 분야에 한해 ‘선별적’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트코인(BTC) 인프라 분야는 여전히 벤처 자금의 대안적 흐름처로 기능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사업모델은 전통적인 VC 자금 없이도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알라모 랩스(Alamo Labs) CEO이자 샌안토니오비트코인클럽 창립자인 게이브 살리나스는 “비트코인 중심 스타트업은 벤처 자금 없이도 자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 전반의 침체와는 별개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 등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 텔코인(Telcoin), 허클(Hercle), 모멘텀(Momentum), 템플디지털그룹(Temple Digital Group), 아크리서치(Ark Research) 등 프로젝트가 신규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투자 동향은 암호화폐 산업이 외부 불확실성과 기술 트렌드 변화 속에서도 핵심 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전통적인 VC 자금은 줄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반 기술과 생태계 중심의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