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지금까지 약 71억 달러(약 9조 5,887억 원)를 채권자들에게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은 FTX 회수 신탁(FTX Recovery Trust)과 파산 계획 관리자 존 J. 레이 3세(John J. Ray III)의 감독 아래 집행됐다.
FTX 채권자 대표인 수닐 카부리(Sunil Kavuri)는 최근 공개한 내용을 통해 FTX가 현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자산을 분배했으며, 다음 분배는 2026년 1월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급 기준일은 오는 12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분배 내역을 살펴보면, 1차 분배는 2025년 2월 18일 소액 채권자(5만 달러 미만)를 대상으로 약 4억 5,400만 달러(약 6,135억 원)가 전달됐다. 이어 5월 30일에는 약 50억 달러(약 6조 7,650억 원)가 지급됐으며, 마지막으로 9월 30일에는 16억 달러(약 2조 1,664억 원)가 분배됐다. 카부리는 현재 회복 자산의 총 규모가 약 160억~170억 달러(약 21조 6,480억~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배 소식은 FTX 회수 신탁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50개 외국 관할지 채권자에 대한 지급 제한 요청을 철회한 직후 전해졌다. 해당 요청은 각국의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 문제를 이유로 2025년 7월 처음 제기됐지만, 국제적 반발로 인해 결국 철회됐다.
한편, FTX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여전히 연방 교도소에서 본인의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며 논란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파산 책임과 사기 혐의를 부정하며 FTX가 애초부터 지급 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14쪽 분량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존 J. 레이 3세와 파산 관리팀이 ‘완전히 지급 가능했던 FTX’를 고의로 파산 상태에 붙잡아 두고 있으며, 막대한 전문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법적, 회계적 전문가들과 포렌식 감사인들은 수차례 허위라고 반박해왔다. 암호화폐 조사자 잭XBT(ZachXBT)는 그에게 중국 당국에 지급됐다는 4,000만 달러(약 536억 원)의 비공개 뇌물 의혹을 해명하라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벤처투자자 애덤 코크런(Adam Cochran)은 SBF의 행동이 반성 없는 책임 회피이며, 피해자 상처를 다시 들쑤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FTX 파산 절차는 2022년 11월 거래소 붕괴 이후 3년 가까이 진행돼 왔으며, 법적 공방과 자산 회복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분배는 채권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숨통을 틔웠지만, SBF를 둘러싼 논란과 책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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