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KG 공식 발행…바이낸스 회동 후 전격 결정

| 연합뉴스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이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KG'를 공식 발행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영역에 본격 진출했다. 이로써 세계 주요국들이 주도해 온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키르기스스탄도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13일 현지 언론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키르기스 정부는 총 5천만 달러(약 735억 원) 규모의 USDKG를 발행했다. 이 코인은 달러화와 1대1 가치 비율을 유지하며,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기반 자산으로 삼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세 변동성이 큰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통화나 실물 자산 등에 연동해 가치 안정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화폐다.

이번 발행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키르기스 재무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발행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산하 디지털 자산 발행업체인 '버추얼 애셋 이슈어'를 통해 USDKG를 발행하고 있으며, 고 설명했다. 주 용도는 국가 간 디지털 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 변화 배경에는 지난달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를 찾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과의 고위급 회동이 있었다. 자오창펑은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했고, 이 자리를 계기로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개발 중인데, 이는 USDKG와 달리 일반 시민들의 일상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번 발행은 지정학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근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 가상자산 업체들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 통로로 기능했다는 의혹으로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 대상이 된 바 있다. 이에 자파로프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으며,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 자립적인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기존 금융망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일부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흥국들이 디지털화폐 시장을 활용해 국제 금융 독립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