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급락에 파생시장 '청산 쇼크'…ETF 출시에도 133억 원 롱포 청산

| 손정환 기자

XRP가 기대와 달리 급락하며 파생상품 시장에서 대규모 청산 불균형이 발생했다. 현지 시간 13일, XRP 스팟 ETF 출시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4시간 동안 1,000만 달러(약 133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중 9,090만 달러(약 120억 원)는 롱 포지션에서 발생했다.

시장 데이터 업체 코잉글래스에 따르면, 이 같은 일방적인 청산으로 인해 XRP는 무려 3,254%에 달하는 청산 불균형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매수세가 극단적으로 우세했던 시장에서 약세 전환이 급격히 일어났음을 의미하며, 트레이더들의 '상승 기대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급락은 최근 첫 XRP 스팟 ETF인 ‘카나리 XRPC’의 출시 직후 발생했다. 해당 ETF는 출범 30분 만에 거래량 2,600만 달러(약 346억 원)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XRP 시세는 오르지 않고 급락하면서 ETF 테마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전형적인 투자 심리의 반영으로 분석했다. ETF 출시에 앞서 ‘가격 급등’을 기대하며 대거 진입한 롱 포지션이 현실에서 기대만큼의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자 즉시 청산 압력에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청산은 공매도 포지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전체 청산 중 숏 포지션 정리는 27만 1,060달러(약 3억 6,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청산액의 극히 일부로,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낙폭이 훨씬 컸음을 보여준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 과열 심리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반등 여부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XRP는 현재 2.3달러 근처에서 지지선을 테스트 중이며,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경우 주요 지지선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

ETF 출시는 기대를 모으는 이벤트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는 투자자들이 뉴스 자체보다 그에 따른 시장 심리를 얼마나 신중히 해석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