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10% 급락…고래·기관 '조용한 매집' 나섰다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이 최근 24시간 동안 약 10% 급락하며 3,200달러(약 432만 원) 아래로 하락했다. 이번 하락은 지난 일주일간 이어진 전반적인 시장 부진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과는 달리 고래 및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전략가 토머스 리가 이끄는 디지털자산 운용사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가 새 지갑을 통해 갤럭시디지털 OTC 지갑에서 이더리움 9,176개를 수령했다. 이는 약 2,914만 달러(약 393억 원) 규모의 매수로, 하락장에서 단행된 ‘조용한 매집’ 흐름을 보여준다.

유명 고래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만 연예인이자 디지털 자산 투자자인 제프리 황(온체인 명 ‘Machi Big Brother’)은 최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 7,400ETH(약 2,355만 달러, 약 318억 원)를 추가 매수했다. 이더리움 청산가는 3,041달러(약 411만 원)로, 현재 평가손실 상황에서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동생 ‘Machi Small Brother’도 5,000ETH(약 1,590만 달러, 약 215억 원)를 입금해 청산가 2,794달러(약 377만 원)를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고래 투자자로 알려진 ‘66kETHBorrow’는 최근 1만6,937ETH를 추가 매수하며 총보유량을 42만2,175ETH(약 13억 4,000만 달러, 약 1조 8,547억 원)까지 늘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관과 고래들이 현재 가격대에서도 공격적으로 이더리움을 매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혼재된 투자자 반응도 관찰된다.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는 약 2.53백만 ETH가 3,150달러(약 425만 원) 수준에서 매수됐다고 지적하며 이 가격대를 ‘지지선’으로 지목했다. 이는 가격 하락에도 여전히 해당 구간에서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장기 보유자들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래스노드(Glassnode)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보유 기간이 3~10년 이상인 ETH 지갑의 일일 평균 매도량이 90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4만5,000ETH를 돌파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일부 장기 투자자들이 현 상황을 이익 실현 또는 리밸런싱 기회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혼조 양상을 보이는 이더리움 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고래 및 기관의 적극적인 누적 매수는 중장기적인 상승 신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가격 흐름뿐 아니라 펀더멘털과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