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초기 투자 논의, 엡스타인 저택서 이뤄졌다…테더 창업자-前 재무장관 대화 공개

| 서지우 기자

미국 의회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관성을 여전히 조사 중인 가운데,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 나눈 비트코인 관련 대화가 뒤늦게 공개됐다. 테더 공동 창업자 브록 피어스와 전 미국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가 이 집에서 암호화폐를 주제로 논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두 사람의 대화는 엡스타인이 주최한 과학 콘퍼런스 ‘마인드시프트(Mindshift)’ 이후 2011년경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엡스타인은 2008년 유죄 판결을 받고 2019년 숨진 인물로, 해당 대화는 그의 유죄 판결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록 피어스는 과거 디즈니 아역배우 출신으로, 2014년 테더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다만 실질적인 경영에서 손을 뗀 건 2015년부터였다. 테더는 이후 시가총액 기준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자리잡았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피어스가 당시 ‘비트코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던 인물’이라고 자처했던 내용도 담겨 있다. 2015년 뉴욕매거진 기사에서도 이 대담이 언급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보도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반면 래리 서머스는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거리를 두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내 평판이 훼손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과 미확립된 제도 환경이 그의 우려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성과 도덕성을 가진 인물처럼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그 이미지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어스는 “신생 산업에는 초기부터 신뢰 높은 인사만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질 낮은 인물들’도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투자 시장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고, 전통 금융권도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시기였다.

이번 이메일 공개로 또 다른 유명 인사들의 이름도 언급됐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도 그 자리에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틸의 벤처캐피탈인 파운더스펀드는 2014년 비트코인에 초기 투자했으며, 이는 로이터가 올해 초 밝힌 바 있다.

피어스는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비트코인 논의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메일을 통해 엡스타인이 그의 사업에 더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