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과 금(Gold)의 전통적 관계가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금과 유사한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온 비트코인이, 이제는 기술주와 더 긴밀한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전통 금융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해 왔다. 유한한 공급량과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구조, 그리고 비상시 자금 피난처로서의 역할이 금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한때 이 두 자산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하지만 10월 10일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 이후, 이런 연동관계엔 확실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분석기업 코베이시레터(Kobeissi Lette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급락 당시 비트코인은 거래소별로 약 12만 1,000달러(약 1억 6,379만 원)에서 10만 1,000달러(약 1억 3,669만 원)까지 급락했으며, 이로 인해 190억 달러(약 2조 5,690억 원) 이상이 레버리지 청산으로 증발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계속 하락해 9만 3,000달러(약 1억 2,573만 원)까지 떨어지며 6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 자산 간 12개월 이상 유지되던 강한 상관관계는 붕괴됐다.
코베이시레터는 “10월 이후 금은 비트코인을 25%포인트 초과 상승했다”며 “비트코인의 가격 급락은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이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더 이상 금처럼 행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비트코인이 금 대신 닮아가고 있는 자산은 미국 기술주다. 코베이시레터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나스닥100 지수의 30일 상관관계는 최근 3년래 최고인 0.80을 기록했고, 지난 10년 전체로 보더라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지난 5년 평균 상관계수도 0.5를 넘어서며 의미 있는 양(+)의 관계를 형성 중이다. 반면, 금이나 현금과의 상관관계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베이시레터는 “비트코인은 점점 더 ‘레버리지를 활용한 기술주’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에서 벗어나 보다 위험 감수적이고 기술 기반의 글로벌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는 향후 암호화폐가 금융시장 내에서 어떤 자산군으로 분류될지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금과 같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기술주와 유사한 높은 변동성과 성장성을 감안한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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