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이누(SHIB), 소각 멈추고 온체인 지표 약화…장기 전망 흔들린다

| 손정환 기자

시바이누(SHIB)의 온체인 지표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과거 토큰 가치 상승의 핵심 수단으로 여겨졌던 ‘소각’ 메커니즘이 사실상 멈춘 가운데, 거래소에서 사라진 약 1,300억 개에 달하는 SHIB 이동도 시장 활기를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온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와 소각 모니터링 플랫폼 시브번(Shibburn)에 따르면, SHIB의 지난 24시간 소각량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저조했다. 커뮤니티가 한때 강력히 추진했던 소각 전략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평가다. SHIB의 유통량은 여전히 589조 개가 넘으며, 수천만 개 정도의 소각으론 공급량 감소 효과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수요 회복 없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유의미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수십억 개 단위의 대규모 소각이 필요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소 잔고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크립토퀀트 지표에 따르면 약 1,300억 SHIB(약 1,300억 원)의 순 유출이 확인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이동해 매도 가능성을 낮추는 행동으로 해석되며, 보통 ‘축적(accumulation)’ 신호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다르다. SHIB 가격은 $0.0000087(약 0.001원) 선에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해당 유출이 가격 반등 같은 긍정적 반응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축적’보다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고래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예치량을 줄인 방어적 조치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판단할 때, 시바이누는 지금 당장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은 아니지만, 장기 전망을 지탱하던 주요 기반들이 흔들리고 있다. 실질적인 공급 감소는 없고, 투자 심리도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유지는 ‘관성’에 가까운 모습이다. 한때 밈코인 강자로 주목받았던 시바이누가 다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는 토큰경제 개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