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급락 여파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금융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과열에 대한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1월 21일 오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65% 하락한 3,858.62를 기록했다. 장중 하락률은 한때 4%를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도 3.1% 넘게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고, 이는 국제적인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일수록 하락 폭이 더 컸다는 점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산업군의 특성을 드러냈다.
이번 급락은 전날 마감한 미국 증시의 충격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56%), 나스닥 지수(-2.15%)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떨어졌으며, 특히 나스닥은 장중 변동 폭이 5%에 달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의 급등 이후 성장성에 대한 조정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을 둘러싼 ‘거품론’이 다시 부각된 것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하이퍼스케일러)이 외부 자금을 동원해 확장 계획을 추진하면서, 이들 투자가 얼마나 실질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성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되며 증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가 상승과 하락 지표가 혼재되면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65%, 인하 가능성은 35%로 각각 집계됐다. 전날보다 인하 기대감이 다소 줄어든 셈이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가상화폐 시장도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21일 오후 기준 8만6천 달러 선까지 밀리며, 24시간 전보다 5% 이상 떨어졌다. 이는 최근 일주일간 12% 넘게 하락한 수준이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도 붕괴된 상황이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 미국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 기술주 조정 압력 등이 당분간 시장의 상승 모멘텀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과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이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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