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초로 플랫폼과 가상자산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 기업 결합은 네이버의 디지털 금융 진출과 인공지능 기반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안을 의결했다. 이번 주식 교환은 두나무의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를 비율로 설정했으며, 이로써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됐다. 양사의 합산 기업가치는 약 20조원 규모로, 초대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이번 결합은 기존의 광고·커머스 중심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상자산과 금융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복귀한 이후 AI, 글로벌 확장 등 미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두나무와의 시너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뿐 아니라 생성형 AI 기반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플랫폼 ‘기와체인’을 통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네이버페이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사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작으로 예치금 운용, 담보 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확장해 디지털금융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합이 AI와의 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결제와 정산까지 수행 가능한 ‘온체인 에이전트’ 형태의 서비스를 연구 중이며,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실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라쿠텐이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커머스와 금융을 통합한 사례처럼, 네이버 역시 이와 유사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국내 ‘금산분리’ 원칙이나, 가상자산 업계의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결합이 전통 금융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 기업 간의 M&A인 만큼, 규제에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네이버가 비단 커머스나 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금융과 기술을 모두 포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국내 디지털 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 재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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