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딜링룸, 비트코인(BTC) 시세 첫 표출…은행권도 디지털자산 시대 진입

|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 정보를 함께 표시하면서, 전통 금융 중심의 정보 체계에 가상자산이 본격적으로 포함되는 흐름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의 딜링룸에서는 이제 외환, 금리, 주가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시세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딜링룸은 외환,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은행 내 핵심 공간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곳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이 공간에 가상자산 정보를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디지털자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 이를 시장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격 움직임에 따라 글로벌 증시나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위상을 확대해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시세 표시를 넘어, 은행권의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실질적인 관찰 및 전략 수립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외송금 등 일부 금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아직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계좌 제휴는 맺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10월 사내 메시지를 통해 "결제와 디지털자산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핀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은행의 기존 사업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제도 환경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은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은행이 단순히 가상자산 수탁이나 송금 기능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생태계 주체로 자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이 점점 경계를 허물며 융합되는 현상은 향후 금융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