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결제 산업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기존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당분간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여신금융협회는 12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6 여신금융업 전망 및 재도약 방향’을 주제로 여신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결제 수단의 부상, 카드업체의 대응 전략, 그리고 캐피탈·신기술금융 업계의 구조 개편 방향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결제망과 가맹점 인프라를 이미 갖춘 카드사의 기반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낮은 비용, 빠른 속도, 자동화 기술 등도 강점이긴 하나, 기존 카드결제 시스템이 가진 범용성과 접근성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유 전무는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화폐와 기존 결제망이 점차 융합해 나가는 형태로 산업이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사는 이에 대응해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자사 네트워크에 안정적으로 통합하고, 초기 서비스 파트너십 확보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즉 디지털 결제기술이 성장하더라도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 능력이 카드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럼에서는 카드업 외에 여신금융업 전체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캐피탈사가 여전히 소비자 대출 중심의 영업 형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설비 리스와 공급망 금융 등 생산적 금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처럼 초기 설비 투자가 많은 미래 산업에서는 캐피탈사가 기계·설비 리스 상품을 확대하고, 기술평가 역량을 넓혀야 신성장 기업을 도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신기술금융사에 대해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고 단계별로 투자할 수 있는 능력과 지속적인 경영 감시(거버넌스) 역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기업 성장 전반에 기여하는 자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의 정완규 회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디지털화, 산업 재편 등의 흐름 속에서 여신금융업계의 과제가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국회,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규제 혁신과 제도적 기반 강화를 끌어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디지털 결제 기술과 전통 금융의 융합 논의는 단기적으로는 경쟁보다 상호 보완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수단이 확산될수록, 카드업계를 포함한 여신금융업 전반이 기술 내재화와 서비스 다각화에 적극 나서야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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