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연간 8% 하락…구조적 약세 신호인가

|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8% 가까이 하락하면서, 2025년은 역대 네 번째 연간 하락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전과 달리 이번 하락은 뚜렷한 악재 없이 나타나 시장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12월 1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올해 초 9만4천771달러(약 1억4천만원) 수준에서 시작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초 12만6천달러에 도달한 이후 급락세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현재 가격은 싱가포르 기준 8만7천100달러대로, 연초 대비 약 8% 하락한 수치다. 이는 2014년, 2018년, 2022년에 이어 네 번째 연간 하락세로, 기존의 사례들과 달리 산업 내 충격이나 사건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하락기에는 뚜렷한 사건들이 있었다. 예컨대 2014년에는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해킹 사건, 2018년엔 가상화폐 공개(ICO) 시장의 거품 붕괴, 2022년에는 대형 거래소 FTX의 파산 등이 가격 급락을 이끌었다. 반면 2025년은 제도권 수용 논의가 진전되며 규제 환경이 오히려 호전되던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고, 스테이블코인을 제도에 편입하는 ‘지니어스법’도 미 의회를 통과한 바 있다.

시장 반응은 의외였다. 헤지펀드 아폴로 크립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라틱 칼라는 긍정적 요인이 잇따랐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대부분 놀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하락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의 청산을 지목했다. 지난 10월 10일 약 190억달러(28조1천억원)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정리되면서 매도세를 부추겼고, 이후 ‘고래’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들까지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세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전체적인 유동성도 위축되고 있다. 시장 분석 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거래량을 가리키는 시장 깊이(Market Depth)는 10월 초 고점 대비 약 30%나 감소했다. 이는 대형 자금의 유입이 줄고, 기존 투자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유도할 수 있다. 단기적 차익실현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다시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글로벌 통화 정책, 투자 자산 간 경쟁, 레버리지 규제 수준 등이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 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