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화두가 미국 보수 성향 언론인 터커 칼슨의 입을 통해 다시 불붙었다. 칼슨은 금 본위제를 지지하는 경제평론가 피터 시프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미래와 미국 달러의 지위,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비트코인(BTC)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온 시프는 이번에도 비트코인을 ‘투기 자산’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비트코인이 수요를 얻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이 나중에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이를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에 비유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실제 생산 활동과 연관된 생산적 투자 상품이 아니며, 기업의 자산처럼 실질적인 가치 창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프는 또 “금융위기나 경기침체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한다면, 이는 조기 투자자에 대한 사실상의 ‘세금 구제’일 뿐이며, 건전한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통계, 재정 정책, 금 본위제 폐지 등 더 넓은 경제 이슈로 확장됐다. 시프는 “현재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는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훨씬 높다”며, “현 실태를 은폐하기 위해 CPI 통계 기준이 수십 년간 조작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도 예외 없이 비판했다. 특히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이라 불린 대규모 세금 감면과 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 “재정 적자를 키운 대표 사례”라고 지적하며,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의 방만한 지출 모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달러의 현재 약세 흐름도 1971년 금 본위제 폐지와 맞물려 있다고 봤다. “금에 연동된 가치 기준을 포기한 이후, 미국은 값싼 금리와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반복하며 달러의 구매력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인식도 이번 대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했다. 시프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해왔기에 미국은 수십 년간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있었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사례가 보여주듯, 달러 기반 자산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여러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 가격은 최근 17%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인 5,000달러(약 7,141만 원)를 넘어섰다. 시프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금을 택하고 있으며,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한때 86,000달러(약 1억 2,284만 원) 아래로 밀리며 신뢰 부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칼슨이 “현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비트코인이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시프는 단호히 반대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본질적 가치나 실물 수요가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보유할 만한 안정적인 준비자산이 될 수 없다”며, “화폐는 신뢰에 기반하되, 금은 보석, 전자제품, 항공우주,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수요가 존재하는 ‘유일한 실물 화폐’”라고 강조했다.
칼슨과 시프의 논쟁은 단순한 의견 대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미 연방 부채는 37조 달러(약 5경 2,835조 원)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현실적인 무게를 얻게 된다. 다만 시프처럼 여전히 ‘금’이야말로 진정한 안전자산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다. 비트코인이 그 벽을 넘기 위해선 시장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의 재정 정책부터 금 본위제 폐지까지, 격변하는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하지만 시프처럼 여전히 “비트코인은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외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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