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와이즈 '2029년까지 실사용 입증 못하면 크립토는 퇴출 위기'

| 서지우 기자

‘2029년까지 증명하라’…비트와이즈, 규제 불확실성 속 크립토 생존 시한 경고

미국 최대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비트와이즈(Bitwise)가 향후 3년을 가리켜 ‘크립토 산업의 사활이 걸린 시기’라고 경고했다. 입법 지연과 규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크립토는 2029년까지 실물 경제에서 핵심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후건(Matt Hougan)은 최근 고객 보고서를 통해 “명확한 입법이 없을 경우, 크립토는 대중성과 제도권 금융 내 실질 역할을 증명해야 하는 ‘검증의 시기(show-me period)’로 들어선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상원이 추진 중인 주요 규제안 ‘클래러티법(CLARITY Act)’ 통과 가능성이 80%에서 50%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실사용 확산 여부가 입법 좌우

후건은 클라리티법이 무산될 경우, 크립토 산업은 대중적 채택을 통해 규제를 ‘거꾸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3년 안에 우리가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주식이 토큰화 체계로 거래되는 수준에 이르면 입법은 누구 정권이 되든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기술은 결국 규제를 바꾸게 만든다는 논리다. 반면, 크립토가 여전히 금융 시스템 변두리에 머문다면, 향후 정권 교체 시 강력한 규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기조 변화로 법안 동력 잃어

이러한 경고는 미국 의회 내 규제 논의가 교착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거비 부담 완화’ 우선 기조에 따라 공화당은 크립토 규제보다 주택 관련 입법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가 클라리티 초안에 대해 “재앙”이라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히자, 공화당 내에서도 지지 철회가 잇따랐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대안 입법을 추진 중이나 민주당 협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마감 시한인 셧다운 우려까지 겹쳐 회의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다만, 공화당의 로저 마샬 상원의원이 암초였던 ‘신용카드 수수료 경쟁입찰’ 수정안을 철회하면서 일부 전환점이 생기기는 했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이 수정안의 철회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가 최소한의 입법은 통과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는 지점이다.

금값 급등과 제도 불신, 크립토에는 기회

후건은 크립토의 규제 환경과 금 시장의 움직임을 나란히 비교했다. 그는 “금값이 5,000달러(약 7,156만 원)를 돌파하며 폭등한 배경에는 제도권에 대한 신뢰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은 2025년 65%, 2026년 들어서도 16%가량 더 올랐다. 특히 러시아 국채 동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독일 경제학자들은 뉴욕연준에 맡긴 금을 본국으로 되돌릴 것을 촉구했고, 노르웨이 정부 자문기구는 ‘국부펀드 자산이 향후 과세나 몰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주권 자산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BTC)처럼 제3자 개입 없이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자산,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처럼 누구도 임의로 통제할 수 없는 생태계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후건은 내다봤다.

불확실성 속 가능성…시장 지표는 긍정적

비트와이즈는 규제가 명확해지면 크립토 시장이 강한 랠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산업에는 안정된 성장이 보장될 수 있다. 반면 입법 실패 시, 시장은 장기간 불확실성과 기대가 혼재하는 ‘관망장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TD 코웬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입법 논의가 2027년으로 미뤄지고, 실질 시행은 2029년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지연에도 불구하고 시장 자체는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비트와이즈 2025년 4분기 보고서에는 사상 최고 수준의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용량, 3,000억 달러(약 429조 3,900억 원)를 넘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코인베이스보다 높은 유니스왑 거래량 등이 나타났다. 또한, 코인베이스-글래스노드 설문조사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70%가 비트코인을 ‘저평가 자산’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크립토는 지금,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 2029년까지의 3년은 단순한 유예기간이 아니라 산업의 명운이 걸린 테스트 기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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