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의 온도계를 가늠하려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만 볼 수는 없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시장 성장과 수요 전환의 주요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며 시장의 저변 확대를 시사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기업 오비탈(Orbital)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2025년 10~12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전환점을 맞은 시기로 평가된다. 해당 분기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연간 전체 거래량의 33.5%를 차지했으며, 전체 거래 규모는 약 7조 6,000억 달러(약 11경 원)에 달했다. 특히 10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던 시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건수는 역대 최고치인 15억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10월 10일 시장 급락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11월엔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약 23% 감소했고, P2P(개인 간) 거래는 29%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같은 기간 407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투기 수단을 넘어서 본격적인 전자 결제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해 12월 들어 시장이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진입했다고 봤다. 이때부터 월간 스테이블코인 이체 건수가 15억 5,000만 건 전후로 유지되며 새로운 ‘기준선’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거래 활동은 유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블록체인은 앱토스(APT)다. 지난해 4분기 동안 앱토스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점유율은 6%에서 25%까지 뛰어올랐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성장세가 마케팅이나 인센티브가 아닌 ‘자생적 수요’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오비탈은 앱토스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과 함께 리테일 거래 부문에서 공동 선두권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작 거래나 자동화된 봇 활동 등 ‘잡음’을 제거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실제 비조정 거래량과 근접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시장이 보다 자연스럽고 실질적인 기관 수요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현재의 거래량이 인위적인 부풀림이 아니라 실제 자본 이동과 정산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조사기관 아르테미스(Artemis)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누적 조정 거래량은 현재 8조 달러(약 1경 1,581조 원)를 넘어섰다. 특히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발행한 USD1의 시장점유율이 급등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일주일 만에 30억 달러(약 4조 3,431억 원)에서 50억 달러(약 7조 2,386억 원)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 증가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요즘 트레이더들은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주식이나 원자재 등 전통 자산을 암호화폐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고, 이 역시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100억 달러(약 448조 7,870억 원)로 집계된다. 이는 주요 암호화폐가 조정을 겪는 와중에도 유틸리티 자산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실사용 수요와 인프라 수용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 지표로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실시간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급등락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시장의 실질 흐름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단순한 ‘디지털 달러’의 부상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상거래와 투자 결제 등 일상 소비의 영역으로 침투하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암호화폐 관련 정책과 규제가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누가 시장의 진짜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스테이블코인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투기의 시대는 끝났다…유틸리티 시대,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인하라"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시세 피난처'가 아닌 진짜 '경제의 엔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시장을 이해하는 시선도 달라져야 합니다. 특정 코인의 가격 등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자금이 오가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결제가 이루어지는 흐름— 바로 스테이블코인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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