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가 약 14억 달러(약 2조13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실이 처음 확인되면서, 다음 달 나스닥 상장이 비트코인 시장에 새로운 대형 수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상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현금이 비트코인 추가 매수로 이어질 경우, 스페이스X가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잇는 두 번째 '비트코인 트레저리 큰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페이스X가 지난 5월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등록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월 31일 기준 1만8712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시점 공정가치는 12억9300만 달러(약 1조9400억원)였으며, 비트코인 가격이 약 7만6000달러 수준인 현재 평가액은 약 14억 달러(약 2조1300억원)다.
◇ 상장 후 '추가 매수' 시나리오에 쏠리는 눈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스페이스X가 상장 후에도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일 것인가"다. 스페이스X는 S-1에서 비트코인을 단순 유동자산이 아닌 '전략적 비축자산(Strategic Reserve)' 성격으로 명시했다. 5년에 걸쳐 비트코인을 축적해왔고, 외부 매도 기록이 공식 확인되지 않은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다음 달 IPO 공모 규모는 400억~800억 달러(약 60조~120조원)로, 2020년 사우디 아람코를 넘어선 사상 최대 IPO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일부만 비트코인 매수로 투입돼도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현재 기업 비트코인 보유 1위인 스트래티지가 84만 개 이상을 사 모으며 강세장을 견인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스페이스X는 비트코인 시장에 새로 등장하는 구조적 매수 주체가 되는 셈이다.
◇ 평균 매입가 5,300만원… 평가이익률 115%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총 취득원가는 6억6100만 달러(약 9915억원)로 공시됐다. 보유 수량으로 나누면 개당 평균 매입가는 약 3만5324달러(약 5,300만원). 현재 시세 대비 약 2.2배 수준이다. 미실현 평가이익은 약 7억6000만 달러(약 1조1400억원), 수익률은 약 +115%다.
이는 글로벌 기업 비트코인 보유 순위 톱10에 해당하는 규모로,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테슬라(1만1509개)를 크게 웃돈다. 머스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두 회사의 합산 비트코인은 3만 개를 넘어서며, 시가로 약 23억 달러(약 3조4500억원)에 달한다.
◇ 온체인 추정 크게 웃돈 보유량… "조용한 매집"
이번 공시가 주목받은 것은 보유 규모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온체인 분석업체 아캄(Arkham Intelligence)은 지난해 스페이스X의 보유량을 한때 6,000개 안팎까지로 추적했으나, S-1을 통해 훨씬 큰 규모가 확인됐다. 그 갭은 비공개 장외(OTC) 매수와 다중 지갑 분산 보관 등으로 설명된다.
다만 "한 번도 매도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 아캄 추적상 중간에 보유량이 줄어든 정황이 있어, 외부 매도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S-1상으로는 2025년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유 수량(1만8712개)에 변화가 없었다.
◇ 공정가치 회계의 양날… 1분기 평가액 감소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회계 처리다. 스페이스X는 S-1에서 비트코인을 공정가치 기준 대차대조표 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2025년부터 허용한 새 회계기준으로, 가격 상승분을 손익에 반영할 수 있어 기업의 장기 보유 유인을 높였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공정가치는 지난해 말 16억3700만 달러였으나,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올해 3월 말 12억9300만 달러로 줄었다. 보유 수량은 그대로였지만 평가액이 분기 중 3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상장 후 SPCX 주주들이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 기업 비트코인 채택 가속화 속 등장
스페이스X의 공시는 더 큰 흐름의 일부다.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약 170~190개 상장사가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들고 있는 비트코인은 전체 유통량의 약 5%에 달한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BR)' 행정명령 이후 채택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거론된 "스페이스X가 첫 1조 달러 비트코인 기업"이라는 표현은 과장이다.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는 1조5000억~2조 달러 수준으로 1조 달러를 넘지만, 비트코인 보유액 자체는 약 14억 달러에 불과하다. 두 수치를 뒤섞은 표현인 셈이다.
◇ 'SPCX' 상장, 하반기 비트코인 수급 최대 변수로
스페이스X(종목코드 SPCX)의 상장은 비트코인 수요 측면에서 여러 변수를 안고 있다. 우주산업 노출과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동시에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자산'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나 스트래티지(MSTR)를 통해 익스포저를 확보해온 기관 자금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약 7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미실현 이익은 IPO 가격 결정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머스크 관련 종목 특유의 변동성에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까지 결합되면서, 상장 초기 주가 진폭이 매우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한때 7만4500달러까지 밀리며 두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어, 상장 시점 가격 흐름이 변수다.
결국 SPCX 상장은 단순한 우주산업 IPO를 넘어, 2026년 하반기 비트코인 시장의 수급 구도를 좌우할 핵심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상장 일정과 공모가, 그리고 상장 직후 추가 매수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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