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으로 포장된 시장의 급등이 실제로는 빠른 자금 순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AI 반도체 열풍부터 금·은, 비트코인(BTC)까지 이어진 랠리는 구조적 성장과는 별개로 ‘가격의 사이클’을 드러냈다.
아마존($AMZ), 구글($GOOG) 등 초대형 빅테크는 수천 개의 AI 가속기를 갖춘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이 타이트해졌고,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전반을, 샌디스크($SNDK)는 낸드 및 SSD에 특화돼 수혜를 입었다. 마이크론 주가는 전년 대비 약 700%, 샌디스크는 4,000%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고점 대비 되돌림이 나타나며 과열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AI 인프라 투자는 장기 추세로 평가되지만, 밸류에이션은 경기와 유동성, 기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HBM 공급 병목이 완화되거나 CAPEX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경우, 단기간에 가격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 시장은 ‘성장 스토리’와 ‘가격 현실’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흐름은 기업공개(IPO)와 글로벌 상장에서도 반복됐다. 스페이스X($SPCX)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IPO로 기록됐고, 고대역폭메모리 핵심 공급사인 SK하이닉스(000660)는 외국 기업 기준 최대 규모의 미국 상장으로 265억 달러(약 39조6,751억 원)를 조달했다. 초기에는 적극적 매수세로 상승했지만,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며 아시아 장중 주가가 약 15% 하락하는 등 ‘정점 매수’ 리스크가 부각됐다.
귀금속도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정부 부채 확대와 통화 증가가 법정화폐 가치를 훼손한다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부각되며 금과 은이 동반 급등했다. 2026년 1월 은 가격은 온스당 120달러 이상 상승했다가 최대 50% 되돌렸고, 금 역시 상대적으로 완만하지만 조정을 겪었다.
비트코인(BTC)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대 기업 보유자로 꼽히는 스트레티지(Strategy)는 ‘무한 자금 조달’에 가까운 구조로,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추가 매수를 반복했다. 그러나 프리미엄은 점차 축소되며 주가는 고점 대비 약 80% 하락했고, 현재는 순자산가치(NAV) 수준에 근접했다. 기대가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린 뒤 정상화되는 전형적 패턴이다.
결국 교훈은 분명하다. AI 인프라, 디지털 자산, 귀금속 등 ‘구조적 수요’ 자체는 유효할 수 있다. 다만 그 위에 형성되는 가격은 언제든 순환하며, 열광이 정점에 이를수록 변동성은 커진다. 시장은 스토리를 쫓지만, 가격은 결국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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