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들이 일제히 플레이투언(P2E)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지난 5월 25일 넷마블이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마브렉스'에 '제2의 나라: Cross World' 글로벌 버전을 론칭했다.
'A3: 스틸얼라이브' 이후 넷마블의 두 번째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이다. 넷마블은 "암호화폐는 최소한의 측면에만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폐와 P2E 요소를 도입해 이용자(유저)가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게임을 의미한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게임 내에서 아이템과 재화를 개인 대 개인 거래를 통해 음성적으로 현금화한 것과 달리 P2E 게임은 게임 개발사에서 암호화폐 환전 시스템을 제공한다.
단, P2E 게임은 끊임없이 게임을 즐기는 후발주자가 등장해 암호화폐를 소비해줘야 플랫폼 암호화폐가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 다단계 사기와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게임 개발사는 비교적 가치가 증명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개발한다.
개발사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내에서 P2E 서비스는 사행성 문제로 불법이다. 법적으로 게임 내 재화의 현금화를 막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게임 업계는 정부에 법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 넷마블, 제2의 나라: Cross World – Ninokuni: Cross World
넷마블은 지난해 6월 지브리와 레벨파이브가 합작으로 제작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2의 나라: Cross World’, 영문명 ‘Ninokuni: Cross World’(이하 제2의 나라)를 출시했다.
지브리 특유의 동화 같은 이미지를 구현한 제2의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등에 출시됐으며 출시 직후 앱마켓 매출 상위 5위권 내에 진입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 또 구글플레이 ‘베스트 오브 어워즈 2021’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게임상’을 수상했고, 지난 3분기 넷마블의 매출 지분 20%를 차지하는 등 흥행을 거뒀다.
이후 7월, PC 베타 버전을 내놓아 접근성을 높였으며 인기에 힘입어 지난 5월 25일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 마브렉스(MBX)를 기반으로 P2E 요소를 탑재한 제2의 나라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다. 기존 출시 지역 및 중국, 베트남을 제외한 지역이 대상이다.
기존 제2의 나라 이용자가 글로벌 버전을 이용하려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를 우회해야 한다. 또 게임 내 재화를 마브렉스(MBX)로 교환하기 위한 전용 암호화폐 지갑 MBX 월렛이 필요하다.
넷마블 측은 블록체인 시스템 및 암호화폐와 관련해 “회사는 인앱 매출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P2E 유저는 코인을 통해 돈을 벌도록 하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토큰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내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브렉스는 매출액 중 최대 10%를 할애해 시중에 유통되는 토큰을 구매해 토큰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사들인 토큰은 토큰을 스테이킹한 유저에게 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MBX 월렛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공격적으로 소각해 유통량을 억제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게임 플레이를 통해 토큰을 채굴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유저가 암호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유저의 호응을 받던 초반과 달리 사전 발표 내용과 다른 과도한 과금 유도, 게임 내 광범위한 암호화폐의 활용, 높은 그래픽과 대비되는 빈약한 스토리 및 세계관 구성, 개선되지 않는 오류 등, 저품질 서비스로 인해 현재 유저 이탈과 매출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부딪혔다.
◇ 기존 P2E 게임과 다른 제2의 나라 PE2
사진=마브렉스 플랫폼 암호화폐 구조 / 마브렉스 제공
마브렉스 플랫폼의 경제는 마브렉스링크(MBXL)와 마브렉스(MBX)로 구성된다. 제2의 나라를 통해 돈을 벌려면 게임 내 재화를 MBXL로 환전하고 이를 MBX로 교환해야 한다. 단, 제2의 나라 환전 시스템은 P2E 게임 중에서도 복잡하고 수수료가 높다.
먼저 마브렉스 월렛과 제2의 나라 계정을 연동해야 한다. 연동 후 ▲게임 내 특정 지역(PVP가 허용되는 카오스 필드) 사냥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테라이트'와 PVP 콘텐츠(용암골 대난투 등) 상위권 보상 및 일일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아스테라이트' 두 개의 재화를 각각 교환비에 맞춰 NKT와 NKA라는 토큰으로 교환한다. 토큰은 1일 최대 10개까지만 교환할 수 있다. ▲제2의 나라와 연동한 MBX 월렛에서 NKT·NKA 토큰으로 MBXL을 구매한다. 이어 ▲MBXL을 MBX와 1대 1로 교환한다. ▲MBX를 상장한 빗썸으로 옮겨 판매하거나 월렛에서 스와프를 통해 클레이튼(KLAY)으로 변경한 후 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 판매한다. 이후 ▲판매대금에서 출금 수수료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통장으로 입금받는다.
유저는 MBXL을 MBX로 교환할 때 0.005MBXL, MBX를 KLAY로 교환할 때 0.3%에 해당하는 MBX를 가스비로 지급해야 한다. 이후 빗썸 기준 해당 암호화폐를 판매할 때 대금의 0.25%에 해당하는 기본 거래 수수료를, 현금을 통장으로 출금할 때 다시 1000원의 이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임 내에서 테라이트와 아스테라이트를 토큰으로 교환하는 행위 하나만 두더라도 넷마블은 높은 수수료를 편취한다. 교환에 '블랙다이아몬드'라는 재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랙다이아몬드는 환율에 따라 1개 약 10원에서 20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아이템이지만, 토큰 시세의 20% 가격만큼 지급해야 한다. 즉 NKA 토큰 하나가 약 1만원의 가치를 지닌다면, 2000원에 해당하는 블랙다이아몬드를 토큰 하나를 교환할 때마다 소모해야 한다. 이는 초기 넷마블의 인 앱 매출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방침과 엇갈린다.
넷마블 관계자는 높은 토큰 변환 수수료에 대해 "일반적으로 토큰 변환엔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수수료 일부는 토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국내 P2E 게임 미르4의 경우 게임 내 재화를 토큰으로 바꾸는 데 수수료가 필요하지 않다. 위믹스 월렛에서 위믹스 코인을 KLAY로 교환하는 데 필요한 가스비를 위메이드 측에서 대납하는 방식으로 유저의 부담을 던다. 단, 게임 내 재화(흑철) 100만개를 1개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으면 토큰을 흑철로 교환할 때는 10만 개만 주는 등 교환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과금보다 게임 플레이에 비중을 두었다. 또 흑철은 게임 내 아이템 강화 등에 쓰이지만, 흑철로만 구매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나 랜덤 뽑기(가챠) 요소는 없다.
사진=인 앱 아스테라이트 상점 / 제2의 나라: Cross World 게임 화면 갈무리
반면, 제2의 나라는 현금으로 직접 구매하는 아이템과 게임 내 현금성 재화(다이아) 외에도 오직 아스테라이트로만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별도로 존재한다. 아울러 게임에서 필수적인 펫(이마젠)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다이아와 게임 내 일반화폐(골드)가 아닌 테라이트가 필요하다. 이중 과금 요소다.
이에 넷마블 관계자는 "테라이트와 아스테라이트는 콘텐츠 플레이를 통해 획득이 가능한 형태로 진행된다. 해당 재화들을 단순히 블록체인 시스템을 위한 재화로만 남겨두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게임에서 획득한 재화를 게임에서 소진되는 방향으로 기획했으며 토큰으로 변환하는 것은 이용자의 선택으로 남겨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테라이트는 카오스 필드 내 몬스터를 사냥해 얻을 수 있지만, PVP 가능 지역인만큼 다른 유저와 경쟁이 불가피하고 일정량의 테라이트를 얻을 수 없다. 확률에 따라 랜덤하게 획득할 수 있어 테라이트 획득 확률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 아스테라이트도 PVP 콘텐츠(용암골 대난투)에 참여해 상위 10% 안에 진입하면 얻을 수 있지만 양이 적다.
결국 다른 유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암호화폐 과금이 필요한 모순이 생긴다. 악순환 속에서 게임 내 유저 간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지며 유저는 게임을 즐기며 성장할 즐거움을 빼앗긴다. 이에 대해 이미 서구권 국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 순위가 전체적으로 하락 중이다.
또한 마브렉스는 MBX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지만, 이는 게임의 흥망성쇠에 따라 가격이 급락·급등한다. 이때 피해는 유저에게 전달되지만 넷마블은 MBX를 위험부담 없이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는다. 가치가 증명되지 않고 발행에 비용이 소모되지 않는 토큰을 판매하면서 블랙다이아몬드라는 현금성 아이템을 통해 수수료를 선취하는 방식이다.
게임 내 버그도 높은 수준이다. 제2의 나라 PC 베타 버전은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식 출시되지 못했다. 공식 홈페이지와 커뮤니티에는 유저들이 작성한 모바일 및 PC 버전의 오류 보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본적인 로그인 오류도 종종 발생한다. 넷마블은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제2의 나라 모바일과 그 PC 버전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과금 요소를 극대화한 글로벌 버전을 먼저 출시했다. 글로벌 PC 버전 역시 베타 버전으로 출시됐다.
글로벌 PC 베타 버전을 켜면 '본 PC 버전은 시험 운영 중입니다. 일부 기능이 제한되거나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이용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게임을 안정화하지 못했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홍진표 마브렉스 매니저는 '웹3 코리아 2022'을 통해 "게임의 본질은 재미"임을 강조하며 게임성을 강화할 것을 피력했지만, 현재 플레이스토어 기준 P2E 요소가 없는 제2의 나라 국내 매출 순위는 31위로 하락했다.
◇ 제2의 나라, 사행성으로 P2E 규제에 불 끼얹나
최근 과기정통부는 P2E 게임과 관련한 법규를 생각한 적이 없다며 합법화 예정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국내 게임 산업계는 P2E 요소만으로 게임의 사행성을 단정짓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규제 유예(샌드박스)’를 통해서 시험적으로라도 P2E 게임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2의 나라는 두드러지는 과금 유도와 이를 통한 높은 매출 성과, 이에 비해 낮은 게임 품질로 기존 P2E 게임에 유저들이 우려하던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넷마블의 이러한 행보가 정부의 규제 강화에 불을 끼얹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넷마블은 하반기 더 많은 P2E 게임 출시를 예고했으며, 올해 4분기엔 제2의 나라를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할 계획이다.
lima@tokenpost.kr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