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기업심리 동반 위축… 관세발 '경기 둔화' 경고등 켜지나

| 김민준 기자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 지표에서는 아직 뚜렷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소프트 데이터’와 ‘하드 데이터’ 간의 괴리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주목하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가 경제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프트 데이터는 보통 소비자나 기업인 설문을 통해 집계되며,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 및 제조업체·서비스업 경영자들의 체감 경기를 반영한 PMI 지수 등은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향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하드 데이터는 실제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한 통계로 구성된다. 고용 증가율, 소매 판매, 물가 상승률, GDP 성장률 등이 이에 해당하며, 현재까지는 이러한 지표들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3월 고용 지표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고, 1분기 중순까지의 소매 매출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드 데이터에 이러한 심리 위축이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Nationwide의 경제학자 오렌 클라츠킨은 “소비자 심리는 이미 부정적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이는 조만간 소비 둔화와 같은 형태로 수치에 반영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는 관세 부과에 앞서 수요를 앞당기는 ‘선반효과(front-loading)’로 인해 아직 하드 데이터에서 뚜렷한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 데이터는 비록 추상적이지만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될 조짐이 보이면, 그 자체로 경기 하방 압력이다. 플랜트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의 투자책임자 짐 베어드는 “가격 상승이나 경기 불안 심리가 소비를 억제하게 되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둔화 국면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전환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그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해 새로운 고율 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부과된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과 소비자들은 향후 상황을 우려해 단기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과 수입 재화 감소 등이 전반적인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Apollo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현재까지 발표된 경제 지표는 견고하지만, 앞으로 수개월 안에 소비와 투자 지표 등 하드 데이터에 부정적 정서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정책이 유지되는 이상, 심리 약세가 실제 경제 지표에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결국 경제 지표의 단기 호조에 안심하기보다 소비자와 기업 심리의 변화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하드 데이터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에 앞서, 소프트 데이터를 통한 선제적 분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