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유럽 대신 카리브해로…크루즈 여행 '단거리 선호' 확산

| 김민준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휴가를 포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 속에 집 근처로 여행지를 좁히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 홀딩스(NCLH)와 로열 캐리비안 그룹(RCL)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여행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유럽행 크루즈 예약은 주춤하고 카리브해 지역 등 상대적으로 가까운 노선에 집중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는 4월 초 세 주 동안 카리브해 노선의 예약은 강세를 보였지만, 유럽 크루즈 판매는 다소 *불안정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켐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기 둔화 우려와 국내 무역 정책 변화 등의 배경을 언급하며 “미국 소비자들이 먼 거리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데 더 안정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리 소머 최고경영자(CEO)는 "4월 마지막 주에 유럽 예약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장거리 여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주저함은 여전히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 열린 로열 캐리비안의 실적 발표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제시됐다. 제이슨 리버티 CEO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며 가까운 목적지 위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행은 소비자들이 지출 축소를 고려할 때 마지막 순위에 해당한다”며, 미국 주요 지역 출발 항로와 일정 유연성을 무기로 로열 캐리비안이 여전히 높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예약 결과는 기업 실적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는 1분기 실적에서 월가 기대치를 하회했지만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로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1%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이날 노르웨이지안 주가는 실적 부진 여파로 약 8% 급락했으며, 로열 캐리비안 주가도 소폭 하락했다.

두 크루즈 업체 모두 경기 흐름과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노선 전략과 가격 정책을 조정하고 있으며, 가까운 지역 대상 제품군 확대를 통해 여객 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여행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노선 다변화 전략이 향후 실적 회복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