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동결 속 관세 충격 주시…파월,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 직면

| 김민준 기자

연방준비제도(Fed)가 2일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시작하며 시장의 관심이 금리 결정보다 무역정책 영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조만간 금리 인하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의는 5월 6일(현지시간) 시작돼 다음 날 연방기금금리 결정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지만, 향후 경기 둔화 신호가 명확해지면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4월부터 적용된 관세의 여파가 올해 여름 고용지표나 소비자물가 등 주요 거시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메리클은 "경제 충격이 본격적으로 수치에 나타나는 데는 약 3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관세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징후는 이번 여름부터 정부 공식 통계에서 뚜렷하게 감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중앙은행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완벽한 시점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안 내리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파월 의장의 해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과거보다 수위를 다소 낮췄다.

연준이 당면한 위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세로 인해 가격 상승과 고용 둔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정책 대응이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부각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미국 경제가 경험했던 복합 위기 상황으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인상할 수도 없는 정책 교착 상태에 빠진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에 대비해 "가장 심각한 문제를 먼저 다룰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어떤 공식 입장을 밝힐지는 미지수지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준의 결정 과정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여름 미국 경제의 흐름과 그에 따른 연준의 대응은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