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적자, 트럼프 관세 앞두고 사상 최대…기업들 '사재기' 총력전

| 김민준 기자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난 3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1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품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서둘러 재고 확보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조만간 큰 폭의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상무부와 경제분석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3월 무역수지는 1,405억 달러(약 202조 3,2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전체로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무역적자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수입 증가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경제분석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번 무역적자 급등의 원인으로 고가 소비재, 특히 의약품 등 수입품의 선제적 사재기를 꼽았다. 마크 호프킨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미 전월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무역적자가 3월 들어 추가로 뛰어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번 수입 수요 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규모 수입관세의 시행 시점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예견된 현상이었다. 일부 관세는 4월 이후 적용 예정이었으며, 협상 상황에 따라 일정이 유동적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 제품을 대거 들여오며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웰스파고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가 단기간에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한 하락세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수입 수요는 급감할 것"이라며, "이미 대량의 재고를 확보한 기업들이 추가적인 제품 소싱을 줄이면서 무역 규모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향후 일부 관세가 완화되더라도 이미 확보된 재고 물량으로 인해 수입은 저조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재고 순환 주기 전반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 기록적인 무역적자 수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기업의 행동 양식과 경제 지표에 얼마나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단기적 변동성이 정책 효과의 실질적 지속성을 가릴 수 있는 가공 변수를 제공함에 따라 향후 수개월간 무역 관련 데이터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