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임기 종료 기다린다…차기 연준 의장 '친트럼프' 지명 주목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즉시 해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파월의 임기 종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4년 임기는 2026년 5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이 결정은 향후 미국의 금리 정책과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는 최근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연준의 태도에 거듭 불만을 표시하며 파월을 ‘바보’라고 비난한 바 있고, 일시적으로 해임 가능성도 검토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논란이 격화되자 그는 입장을 철회하며 "조만간 교체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지금 해임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과 관련해 금융시장에서는 현재 세 가지 유력 옵션이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 후보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후버연구소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완화적 대응을 지지했으나 이후 과도한 부양책에는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최근에는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와 독립성 약화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전략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워시의 매파 성향은 트럼프가 원하는 저금리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크리스 월러 현 연준 이사다. 2020년 트럼프에 의해 지명된 인물로, 파월 체제에서 비교적 중도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월러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비판은 감수해야 할 정치적 현실이라며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연쇄적인 인플레이션과 무역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두고도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경제 참모진을 포함해 현 정부 고위 관료 가운데서도 후보가 나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나 케빈 해셋, 스티븐 미란 등이 거론된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통상 정책에 불안을 느끼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로, 시장의 신중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는 선택의 성격이다. 시장 관점에서 연준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이 신뢰 회복의 핵심인 만큼, 트럼프와 지나치게 가까운 인물이 지명될 경우 채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충성도 높은 인사일수록 시장이 미국 정부를 위험자산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금리 인하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축이다. 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 어떤 인사로 이어질지는, 향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