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O, 신용 점수 혁신… 트렌디드 데이터로 3,000억 달러 대출 평가

| 김민준 기자

리스크 기반 신용 평가의 대표 주자인 파이코(Fair Isaac Corp., 이하 FICO)가 최신 신용 점수 모델 ‘FICO 10 T’를 통해 데이터 기반 신용 결정을 정교화하고 있다. 이 점수는 소비자의 신용 행동을 수집 시점 단위로 분석하는 ‘트렌디드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예측력 높은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점수 산정 방식의 개선이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모멘텀으로 주목받고 있다.

FICO의 B2B 점수 부문을 총괄하는 줄리 메이 부사장은 최근 'FICO 월드 2025' 행사에서 “FICO 10 T는 비전통형 모기지 대출 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라며 “이미 30여 금융기관이 이를 도입했으며, 약 3,000억 달러(약 432조 원)에 달하는 신규 대출 심사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모델을 통해 평가되고 관리되고 있는 자산 서비싱 규모도 약 1조 5,000억 달러(약 2,160조 원)에 달해, 시장에서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기존의 FICO 점수는 개개인의 신용 상환 능력과 의지를 수학적 모델로 판단했지만, FICO 10 T는 여기에 시간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까지 반영해 더욱 ‘현실적이고 유연한’ 체계를 갖췄다. 실제로, 이러한 점수 체계는 개인이 단기간 내 계좌 사용 방식이나 상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포착해, 제한된 정보에 기반한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FICO는 또한 ‘Buy Now, Pay Later’(BNPL·후불 결제) 서비스를 점수 계산에 반영하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메이 부사장은 “이제는 소비자의 허가를 기반으로 예금 계좌 정보를 활용하는 UltraFICO 모델과 함께, BNPL 데이터도 주요 신용 정보로 받아들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BNPL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기반한 대응으로, 향후 점수의 공정성과 예측력을 확보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편, FICO 점수는 현재 미국 내 상위 금융 기관의 90%가 활용할 정도로 신용 위험 평가의 표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FICO의 예측 분석 부문을 맡고 있는 이선 도른헬름 부사장은 “전국 평균 FICO 점수가 팬데믹 이전보다 소폭 상승한 뒤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소비자들이 빠르게 부채를 상환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데이터가 금융 서비스의 핵심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FICO는 사용자 개개인의 금융 활동과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신용 시스템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점수 하나에 담긴 수천만 명의 신용 기록이 정확하고 공정한 자금 접근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은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