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14조 합의에 뉴욕증시 상승…中과는 협상 난항 우려

| 김민준 기자

미국과 영국이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완화하고 미국산 상품 약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 규모의 영국 내 진출을 허용하는 무역 협정의 기본 틀에 합의하면서 월가가 새로운 글로벌 무역 협상의 기대감을 품었다. 특히 이번 협정에서 영국 항공 기업이 보잉(BA) 항공기를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이상 주문하는 계약도 포함되어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처럼 미·영 합의가 발표되자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무역 전선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과의 협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관료들이 주말에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무역 회담을 벌일 예정이지만, 양국 간 신뢰 부족과 무역 규모의 복잡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글로벌 10% 관세가 유지된다면, 유의미한 관세 인하 여지는 중국과의 긴장 완화 외에는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145%까지 인상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4월 한 달 동안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일부 양보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트럼프는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전문가 다수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에서는 상대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미국-영국 무역 합의를 두고, 경제 컨설팅 업체 RSM은 “완전한 협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큼의 명확한 지침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피어스는 이번 합의에서 의료시장 개방이나 디지털세 관련 민감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 점을 들어, “향후 다른 국가들이 실질적인 양보 없이 소폭의 관세 완화만으로는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미국 증시에 던지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협정은 본격적인 모델은 아니지만, 향후 무역 회복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협정을 연이어 성사시킬 수 있다면, 상반기 내내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한 주식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