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 양극화 심화… 월마트 웃고 외식·생활용품 울다

| 김민준 기자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지만, 최근 지표들은 소비 심리에 미묘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실업률은 낮고 일자리 증가도 꾸준하지만, 소비에 대한 정서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월마트(WMT)의 1분기 실적과 미국 정부의 소매판매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미소매연맹(NRF)은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수치는 자동차 및 휘발유를 제외한 수치로, 반사 수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여행이나 호텔 등 고가 소비에서는 눈에 띄는 둔화 조짐이 포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카드 결제 규모가 전월 대비 1% 늘었다고 전했지만, 소비의 질은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맥스 레브친 어펌(AFRM)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출을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은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느끼면서도 결제는 계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형 유통 기업인 월마트는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 고소득층 고객층의 유입이 늘면서 특히 배달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위 소득 계층의 이용률 증가를 언급하며 "전 소득 계층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용 생활용품 기업들은 엇갈린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프록터앤갬블(PG)과 처치앤드와이트(CHD) 모두 기존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애플비와 아이홉, 웬디스(WEN), 맥도널드(MCD) 등 외식 브랜드들도 중산층 이상 고객의 소비 위축을 호소하고 있다.

일례로 몬델레즈(MDLZ)의 디르크 반 데 푸트 CEO는 "예전에는 4달러 이상 가격에도 쿠키를 구매했지만, 이제는 3달러 이하 제품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성비에 민감해진 소비자의 심리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4월 기준 특정 품목에 대한 사재기 성향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통상 마찰이 재점화되며 관세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미소매연맹은 관세 발효에 앞서 소비자들이 일부 상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상호주의 관세' 시행을 연기했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과 명품 소비처럼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분야는 아직 건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가격*에 예민해지고, *소득 불균형*에 따라 지출 행태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주 발표될 월마트 실적 및 공식 소매판매 데이터는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의 실체를 더욱 분명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