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리스크에 월마트 '이익 경고'…소비 위축 이중고

| 김민준 기자

월마트(WMT)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이익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사 측은 매출 성장 전망치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관세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간) 개최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출 성장률이 연간 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율의 관세가 복원되면 이익 증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25년 기준 6,745억 달러(약 971조 원) 수준의 매출에서 한층 상승한 수치로, 주당순이익(EPS)은 2.50~2.60달러 수준을 예측하고 있다.

레이니 CFO는 이번 가이던스가 미국이 무역 상대국들과 협정을 타결하고, 4월 초 한시적으로 시행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가 재도입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설정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급격한 고율 관세의 재도입은 우리의 연간 수익 성장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불확실성은 월마트 외에도 여러 유통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위스 운동화 브랜드 온 홀딩스(ONON)는 연간 매출 상승을 예고했지만, 마진 축소와 조정 EBITDA 하향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다. 언더아머(UA, UAA)와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AEO) 등 의류 업체들도 올해 전체 실적 전망을 아예 철회하는 등 관세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마트는 근본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도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필수 소비재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지만 전자제품, 스포츠용품, 생활잡화 등 일반 상품군에서는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니 CFO는 "소비자들이 필수 품목 위주로 소비를 전환해 몇 년 전부터 일반 상품 매출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이러한 방정식 속에서도 식료품의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지속하고 있다. 가격 인상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지만, 장바구니 물가를 최소한으로 유지해 매출 기반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이다. 관세 리스크와 소비 양극화가 중첩된 상황에서, 월마트의 수익성 방어 전략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